남한은 ‘짝사랑’도 뜻을 이루지 못했고, 이별 뒤에 ‘버림’까지 받았다. 베이징올림픽에 나서는 한국선수단은 최근 경색된 남북관계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막식에 북한과 공동입장하기 위해 적잖은 애를 썼다. “우리로선 할 일을 다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중재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던 이연택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은 개막식 하루 전인 7일, “결국 공동입장이 무산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이후 8년간 계속된 남북한의 국제종합대회 개막식 공동입장은 중단됐다.
더 주목을 끄는 건 입장 순서다. 7일 오후까지만 해도 중국 간체자의 국가 첫 글자 획수에 따라 남한이 177번째, 북한이 178번째로 개막식에 입장할 것이라는게 국제올림픽위원회측 입장이었다.
그러나 하루도 지나지 않아 IOC는 입장을 바꿔 ‘개별 주권국가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북한의 입장 순서를 조정했다. 브루나이의 갑작스런 불참으로 남한과 북한 모두 한 계단씩 상승, 176번째-177번째로 입장해야 했으나 북한은 결국 개막식에서 179번째로 입장했다. “한국 바로 뒤에서 입장하기 싫다”는 북한측 요구를 IOC가 뒤늦게 수용한 것이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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