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조정 대표팀의 독특한 두 사내 얘기다. 이라크에서 복무중인 현역 육군 장교 로빈 부룬 테일러(26)와 앨러스타이어 히스코트(30)는 2008 베이징올림픽에 나선다. 사실 로빈에겐 가슴 아픈 과거가 있다. 옥스퍼드 졸업반 때 만난 애인이자 여군장교인 조 다이어가 작년 이라크에서 차량 폭탄 테러로 전사한 것.
그러나 2004 아테네 대회에 조정 대표로 나선 앨러스타이어를 만나 아픔을 잊을 수 있었다. 이라크 부대 내에 마땅한 연습 장소가 없어 차량 창고에서 훈련을 해야했지만 둘 모두 가뿐히 대표 선발전을 통과했다.
2012 런던올림픽이 더 기대되는 로빈은 “앨러스타이어와 난 녹슨 배에서 훈련했다. 그와 함께 하며 슬픔을 잊을 수 있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앨러스타이어는 “동료를 잃은 아픔을 극복한 로빈의 의지에 탄복했다”고 경외심을 보였다.
올림픽 이후 두 선수는 각자의 길을 택한다.
로빈은 이라크로 돌아가 군 복무를 계속하고, 아프간 전쟁에도 참전한 베테랑 앨러스타이어는 전역한다. 그러나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은 같다. 이들은 “전우애가 곧 동료애다. 군대이든, 조정이든, 올림픽을 준비하며 새삼 깨달았다”고 입을 모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