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베이징올림픽 야구대표팀 김경문(50) 감독이 숙적 일본전에 ‘올인’을 선언했다.
메달권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나기 때문만은 아니다. 국민적 정서까지 고려한 발언이다. 김 감독은 폭염이 기승을 부린 8일 오후 잠실구장에서 특별타격훈련을 자청한 젊은 선수들의 훈련을 도운 뒤 취재진을 만나 올림픽 본선전략과 관련한 구상을 밝히면서 “일본전은 단순한 한게임이 아니지 않느냐. (비중으로 보면)한게임 반짜리 아냐?”라고 반문했다. 그만큼 마음속에 일본전 승리에 대한 부담과 책임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었다.
김 감독은 그러면서 “일본전은 한국에서도 어마어마하게 많은 국민들이 지켜볼 것이다. 팀의 사기문제도 그렇지만 일본을 이겼을 때는 (그 기쁨을)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일본전은 8월 16일 오후 8시(한국시간) 예선 4차전으로 예정돼 있다. 공교롭게도 광복절 바로 다음날이다.
국민들의 어떤 심정으로 일본전을 바라볼지 불을 보듯 뻔하다.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으나 김 감독은 최근 일본이 또다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이날 “다른 건 몰라도 스포츠로 일본을 이길 수 있으면 이겨야지”라며 강한 어조로 일본전 필승각오를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은 13일 미국전, 14일 중국전, 15일 캐나다전을 치른 뒤 16일 일본을 만난다. 하루 휴식 후 18일 대만전, 19일 쿠바전, 20일 네덜란드전을 치른다.
김 감독은 2차전이 수월한 중국전임을 감안해 3차전까지 최소 2승1패를 만들어놓고 일본을 만난다는 전략이다. 이어 하루 휴식이 예정돼 있어 한일전은 그야말로 양국간의 총력전이 될 전망이다.
일본의 <산케이스포츠>는 이날 일본의 한국전 선발투수로 장신의 우완 다르빗슈 유(22·니혼햄)가 유력하며, 좌완 와다 쓰요시(27·소프트뱅크)는 첫경기인 쿠바전 선발로 내정된 것으로 전했다.
다르빗슈는 지난해 최고투수에게 주어지는 퍼시픽리그 사와무라상을 수상했고, 올해도 방어율 2.07로 1위를 달리며 11승4패를 거두고 있다.
와다는 2003년 11월 삿포로에서 열린 2004아테네올림픽 지역예선에서 한국전에 선발로 나와 5.1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해 이번에도 한국전 선발로 꼽혀왔다.
그러나 이 소식을 접한 김 감독은 “그걸 믿느냐?”며 웃었다. 그러면서 “(일본도) 우리 기사를 다 보니까”라며 한국의 전략을 다 밝히기는 어렵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잠실=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