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제를 시해하려 한 협객이 그를 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천하(天下)’를 위하여 스스로 포기하고 희생하는 것이 줄거리다.
진나라의 천하통일과 진시황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자부심이 가득 배어 있다. 나아가 중국이 세계 역사에서 천하를 굽어보며 ‘영웅’으로 등장했음을 암시해 중국인을 열광시켰다.
이 영화는 줄거리 못지않게 웅대한 화면과 관객의 가슴까지 쿵쾅거리게 하는 진나라 병사들의 외침이 압권이다.
베이징(北京) 올림픽 개막식 행사를 총지휘한 장 감독은 명실 공히 중국이 낳은 세계적인 감독이다. 그는 “개막식을 만드는 것이 영화보다 100배는 더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만큼 이번 개막식은 웅장함과 화려함으로 지구촌에 감동을 전달했다.
장 감독은 8일 오후 8시 올림픽 주경기장(냐오차오·鳥巢)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21세기의 영웅’으로 부활하는 중국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
‘퍼우(缶)’라는 진나라 고대악기를 두드리며 우렁차게 외치는 함성을 눈을 감고 들으면 영화 ‘영웅’을 보고 있다는 착각이 들 만큼 비슷한 분위기였다.
공연을 펼치는 공연단의 대형도 진나라가 동쪽의 6개국을 차례로 통일시켜 나갈 때 쓰던 ‘밀집대형(密集隊形)’을 연상시킨다.
이날 공연은 중요성을 감안할 때 중국 최고위층의 ‘비준’을 거쳤음이 틀림없다. 따라서 이 공연은 장 감독 개인이 아닌 중국이 세계에 주는 메시지였다.
중국은 공연 한 시간 동안 이번 올림픽의 구호이며 정신인 ‘하나의 세계’보다는 중국이 처음으로 발명한 4대 발명품을 과시하는 등 중화주의의 위대한 부흥을 외쳤다.
개혁 개방 30년을 맞은 중국, 100년 만에 올림픽 유치 꿈을 이룬 중국, 한당(漢唐) 이래 1000여 년 만에 다시 세계 속에 일어서는 중국의 모습을 강렬한 북소리와 함께 전율을 느끼도록 세계인에게 전달하려고 했다.
중국인들은 보통 자신의 ‘본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이제 그들이 올림픽을 마친 후 세계무대에서 ‘영웅’을 자처하며 어떤 모습을 보일지를 생각하면 섬뜩함이 느껴진다.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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