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태환 문답
수영장에는 한국 여자 그룹 ‘소녀시대’의 노래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경기장에 입장할 때면 꼭 음악을 듣는 박태환에게는 상쾌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날 박태환의 컨디션은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했어요. 1시간 자다가 깨고…. 오늘 정말 몸이 무거웠어요.”
이날 베이징 하늘은 흐리고 간간이 비가 내렸다. 박태환은 평소 비가 내리면 몸이 무거워진다고 했다.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늘씬한 상체를 드러낸 채 경기장을 빠져 나오던 박태환은 “엄청난 선수들과 경기를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영광이다. 기록이 잘 나와서 좋다.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9일 예선에서는 1위가 아니라 3위 안에 드는 것이 목표였다. 물살의 영향을 적게 받는 3, 4, 5번 레인을 받기 위한 것이었다. 예선에서 너무 전력을 다하면 결승에서 힘이 달리고 전력이 노출될 수 있다. 3분43초대면 충분히 예선 3위 안에 들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한 것도 들어맞았다. 예선에서 3분43초35로 전체 3위로 3번 레인을 배정받았다. 그는 이번에 그의 강력한 경쟁자로 의식됐던 2번 레인의 그랜트 해킷(호주) 옆에서 헤엄쳤다. 해킷은 처음부터 빠른 속도로 치고 나갔다. 박태환은 그를 따라가다 중반 이후 스퍼트로 승리한다는 구상이었다. 해킷은 초반에 치고 나갔지만 결국 6위에 머물렀다.
박태환은 “초반에 다른 선수들에게 뒤처지면 안 되니까 오버페이스를 하더라도 같이 간다는 생각이었다. 350m까지는 선두와 함께 간다고 생각했는데 기록이 좋았다”고 말했다.
금메달 부담을 털어 냈느냐는 질문에 그는 “아직 경기가 두 개나 남았다”며 남은 경기에 대한 의욕을 보였다. 시상대에 선 박태환은 취재진을 향해 여유 있는 손짓을 하며 시종 미소를 잃지 않았다.
베이징=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