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금메달 유도 남자 60kg급 최민호

  • 입력 2008년 8월 11일 03시 00분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긴 유도 남자 60kg급 최민호가 시상대에서 꽃다발을 든 채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긴 유도 남자 60kg급 최민호가 시상대에서 꽃다발을 든 채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울어버린 ‘작은 거인’

우승과 지독히도 인연없던 ‘동메달 그랜드슬래머’

아테네 올림픽 뒤 방황… 하루 소주 7병 폭음도

5연속 한판 퍼펙트 우승… 한과 기쁨의 눈물 줄줄

“얼마 남지 않은 올림픽!! 정말 힘들었다. 죽을 것 같은 고통… 하루하루 눈물로 보냈다. 그 눈물이 나에겐 너무나 행복한 순간이었다. 후회 없이 운동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대회 첫날인 9일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겨준 최민호(28·한국마사회)의 미니홈피에 적혀 있는 글이다.

최민호는 예선부터 결승을 내리 한판으로 이겼다. 유도 경기 시간은 5분. 최민호는 5경기 동안 7분 40초만 뛰었다. 힘이 남아돌았다.

‘헤라클레스’ 최민호는 울보였다. 유도 남자 60kg급 결승에서 루트비히 파이셔(오스트리아)를 2분 14초 만에 다리잡아메치기 한판으로 꺾었을 때부터 울음보가 터졌다. 믹스트존에서 만나 간단한 인터뷰를 할 때도, 시상대에 올라가서도 울었다. 힘들게 보낸 세월에 울었고 평생의 소원을 이룬 기쁨에 울었다.

대표팀 안병근 감독은 최민호를 “너무 착한 애”라고 했다. 아무리 힘든 훈련을 시켜도 묵묵히 소화해 냈다. 최민호는 우승 뒤 공식 인터뷰에서 “나는 운동 복(福)이 많다. 힘들어도 유도를 할 수 있어 행복하다. 모든 게 행복하다”고 말했다.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에서 동메달을 땄던 최민호는 이듬해 오사카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하며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무리한 체중 감량으로 아쉽게 3위에 그쳤고, 지난해 세계선수권과 아시아선수권에서도 3위를 했다. 스스로 ‘동메달 그랜드슬래머’라고 할 정도로 한동안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아테네에서는 8kg 이상 체중을 감량하는 바람에 8강에서 다리에 쥐가 나 패자 부활전으로 내려갔다. 최경량급에서 그 정도의 감량은 당시 73kg급 금메달리스트 이원희(한국마사회)의 표현대로라면 “거의 죽음”이다.

동메달을 땄지만 이원희와 함께 다니면서 처량함을 느꼈다.

당시 소속팀과 갈등도 생겼다. 유도가 하기 싫어졌다. 여관방에 혼자 틀어박혀 소주 7병을 마시며 신세를 한탄하기도 했다. 10kg 이상 늘었던 몸무게는 2005년 겨울 병역특례자로 4주간 군사훈련을 받으면서 정상으로 돌아왔다. 마음도 다잡았다. 마침 유도 명문 한국마사회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다. 금메달은 그때부터 예약된 것이었다.

우승 뒤 최민호는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엄마”라며 울먹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매일 오전 4시가 되면 성당을 찾아 최민호를 위해 기도했던 엄마다. 고향 경북 김천에서 조그만 양장점을 하는 어머니 최정분 씨를 그는 “천사처럼 착한 엄마”라고 했다. 최 씨는 올림픽을 앞두고 큰 집에 큰불이 났고 수많은 사람이 민호를 축하하러 오는 꿈을 꿨다고 했다. 아버지 최수원 씨는 최민호가 중학교 3학년 때 힘들게 모은 4억 원을 남에게 떼인 뒤 한동안 실의에 빠져 있다 아들이 운동하는 모습을 보고 다시 일어섰다. 막노동판 일부터 시작했고 지금은 한 기업의 버스 운전사로 일하고 있다. 아버지는 용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면서 가슴에 태양을 품는 꿈을 꿨다.

마사회 전임 감독 금호연 씨는 “민호만큼 돈 욕심 없는 선수는 처음 봤다”고 했다. 돈 욕심은 없어도 최민호는 돈방석에 앉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에서 5만 달러, 소속팀 마사회에서 2억 원, 대한유도회에서 5000만 원을 준다. 포상금만 3억 원이 훌쩍 넘는다.

‘유도를 할 수 있어 행복한 남자’ 최민호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66kg급으로 체급을 올려 다시 금메달에 도전한다.

베이징=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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