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역도 53kg 윤진희 무릎 부상 딛고 銀획득

  • 입력 2008년 8월 11일 03시 00분


윤진희(한국체대)가 역도 여자 53kg급 경기 용상에서 바벨을 힘차게 들어 올리고 있다. 윤진희는 합계 213kg(인상 94kg+용상 119kg)을 기록하며 은메달을 획득했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윤진희(한국체대)가 역도 여자 53kg급 경기 용상에서 바벨을 힘차게 들어 올리고 있다. 윤진희는 합계 213kg(인상 94kg+용상 119kg)을 기록하며 은메달을 획득했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하늘의 코치님께 은메달 바칩니다”

“하늘에 계신 코치님께 영광을 돌리고 싶어요.”

가장 고마운 사람을 묻자 그전까지 밝은 표정이었던 얼굴에 갑자기 눈물이 맺혔다.

윤진희(22·한국체대)는 10일 베이징 항공항천대 체육관에서 열린 역도 여자 53kg급 경기에서 인상 94kg, 용상 119kg, 합계 213kg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의 은메달은 올림픽 여자 역도 사상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장미란의 은메달에 이어 통산 두 번째.

윤진희는 동메달을 차지한 나스타샤 노비카바(벨루로시)와 동률을 이뤘지만 몸무게가 150g(윤진희 52.72kg, 노비카바 52.87kg) 가벼워 은메달을 따냈다. 태국의 쁘라빠와디는 인상 95kg, 용상에서 올림픽 신기록인 126kg을 들어올리며 합계 221kg으로 태국에 첫 금메달을 안겨줬다.

어릴 때 할머니 손에 어렵게 키워진 윤진희는 고등학교 재학 중 할머니마저 잃고 혼자가 됐다. 이때 그를 돌봐준 것은 국가대표팀의 스승이던 고 김동희 코치.

윤진희의 가능성을 알아본 김 코치는 사비를 털어 보약을 짓는 등 뒷바라지를 마다하지 않았다. 김 코치는 4월 1년여 간암 투병 끝에 36세라는 나이에 숨을 거뒀다. 윤진희는 “우리 엄마 같은 김동희 코치님이 가장 고마웠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많은 분이 도와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위 사람들의 도움 덕분에 훈련에 집중했지만 그를 마지막까지 괴롭힌 것은 부상이었다. 고질적으로 악화됐던 왼쪽 무릎 부상이 2월부터 심해져 제대로 훈련을 받기도 힘들었다. 도핑 테스트 때문에 잠을 자기 힘들 정도로 심한 통증에도 진통제는 꿈도 꾸지 못했다.

이날 경기에서 그는 4월 기록한 자신의 최고 기록이자 한국 신기록인 인상 99kg, 용상 123kg, 합계 222kg에는 한참 모자란 무게를 들어 올렸다.

그는 “부상 때문에 좋지 않은 몸으로 훈련하다 보니 무리가 있었다. 부상으로 중량을 많이 다루지 못한 탓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를 마친 뒤 “목표한 것은 이루지 못했지만 일단은 지금 이룬 것에 만족하려고 한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9일 여자 48kg급에 출전한 임정화(22·울산시청)는 인상 86kg, 용상 110kg, 합계 196kg을 들어 올리며 한국신기록을 세웠으나 아쉽게 4위에 그쳐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대만의 천웨이링(26)과 합계에서 동률을 이룬 임정화는 몸무게가 47.62kg으로 47.11kg의 천웨이링보다 510g이 더 무거워 동메달을 놓치고 말았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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