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베이징 사격장에서 열린 사격 여자 공기소총 10m 시상식에서는 묘한 장면이 연출됐다.
남(南)오세티야 독립 문제를 둘러싸고 지난 주말부터 러시아와 사실상 전쟁에 들어간 그루지야의 선수가 러시아 선수와 나란히 시상대에 오른 것.
양국 간의 긴장 관계 속에서 자칫 냉기류가 흐르는 게 아닌가 하는 관측이 나왔지만 은메달을 딴 나탈리야 파데리나(러시아)와 동메달리스트 니노 살루크바드제(그루지야)는 다정하게 포옹하며 입까지 맞췄다.
전쟁에 휘말려 올림픽 정신이 훼손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당초 귀국설이 나돌던 35명의 그루지야 선수단도 올림픽에 계속 남기로 결정했다.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의 부인은 9일 선수촌을 방문해 불안에 빠진 자국 선수들에게 “더 큰 열정과 각오로 경기에 나서 달라”고 말했다.
이런 당부에도 그루지야 선수들은 조국에 있는 가족 친지들을 걱정하느라 어수선한 분위기다. 그루지야는 13일 여자 비치발리볼에서는 러시아와 맞대결을 벌이게 돼 주위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휴 매커천 미국 남자배구대표팀 감독의 장인인 토드 바크먼 씨가 9일 베이징의 관광명소인 구러우를 둘러보다 갑자기 흉기를 든 중국인 탕융밍 씨의 습격으로 사망해 충격을 줬다. 그의 장모인 바버라 씨 역시 남편을 구하러 달려들다 흉기에 맞아 치명상을 입고 8시간에 걸친 장시간의 수술 끝에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매커천 감독의 부인 역시 배구 선수 출신으로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했던 배구 가족.
매커천 감독은 10일 베네수엘라와의 예선 첫 경기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장모와 큰 아픔을 겪은 아내의 곁에 있기 위해 벤치를 지킬 수 없었지만 미국 대표팀은 3-2로 이기며 사령탑을 위로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