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시 기상대에 비상이 걸렸다. 닝샤(寧夏)회족자치구의 황화상류 지역에 비구름이 형성됐으며 베이징을 향하고 있는 것이 관측됐기 때문이다.
기상대는 공군에 통보해 오후 2시 45분에서 4시 25분까지 비행기 두 대로 베이징 서북 하늘에서 구름을 흩어지게 하는 화학약품을 살포했다.
오후 4시 8분. 구름을 응집시켜 비를 내리게 하는 요오드화 은을 실은 로켓이 발사되기 시작됐다. 구름이 베이징에 도달하기 전에 비를 내리게 하는 ‘역 인공강우’ 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역 인공강우’로 베이징 주변 지역에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오후 9시 35분 기상대 상황실에 베이징 시내인 “펑타이(豊台)와 스징산(石景山)에 천둥소리가 났다”는 긴급 보고가 들어왔다. 1시간 내로 주경기장(냐오차오·鳥巢)에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상대 상황실은 돌발적인 소나기에 대비한 상황에 돌입했다.
1만 벌의 비옷이 주경기장 4곳의 입구에 배치돼 즉각 입장하는 선수들에게 지급할 준비를 마쳤다.
오후 10시 5분. 레이더를 지켜보던 기상대 직원이 소리를 질렀다. “구름이 약해졌다.”
오후 11시. “펑타이 천둥이 그치고 비도 내리지 않았다. 스징산도 비가 그쳤다”는 보고가 이어졌다.
이때 무사히 개회식이 끝날 수 있으리라는 분위기가 기상대를 흥분시켰다. 기상대 직원들 눈에는 화려하고 장엄한 개회식 행사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아직도 행사가 1시간가량 남아 있어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11시 9분 마지막으로 개최국인 중국의 야오밍(姚明)이 등장할 때쯤 베이징 주변 지역의 비도 완전히 그쳤다.
11시 40분 기상대는 ‘역 강우’ 작업이 성공적으로 끝났음을 선언했다.
베이징 기상대 궈후(郭虎) 기상대장은 “이날 오후 4시부터 11시 39분까지 21개 지점에서 20차례에 걸쳐 1104발의 인공강우 로켓을 쏘아 올렸다”고 말했다.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BOCOG) 측도 비구름 분산을 위해 15kg의 ‘요오드화은’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베이징청년보는 10일 “베이징 기상대가 가장 긴 하루를 보낸 날”이라고 전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