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朴! 세계가 놀랐다…박태환 72년만에 동양인 자유형 金

  • 입력 2008년 8월 11일 07시 56분


400m ‘초반부터 역주’ 허 찌른 작전의 승리…200m도 준결 진출

13억 중국인의 ‘100년 숙원’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수영의 꿈이 이루어졌다

박태환(19·단국대)은 10일 오전 중국 베이징 국가아쿠아틱센터(워터큐브)에서 펼쳐진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 자유형400m 결선에서 3분41초86의 아시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은메달은 장린(중국), 동메달은 라센 젠슨(미국)의 차지였다.

아시아에서 올림픽 수영 자유형 우승자가 나온 것은 1936베를린올림픽 자유형1500m에 출전한 데라다 노보루 이후 72년 만에 처음이다.

박태환의 금메달은 허를 찌르는 신기묘산의 작전과 타고난 감각이 이뤄낸 것이었다. ‘막판 스퍼트’라는 마린보이의 장점은 이미 노출된 상황. 박태환은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2007세계선수권대회 자유형400m결선에서 3분44초30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 당시 300m까지 5위였던 박태환은 350m지점에서 4위로 턴한 후 마지막 50m에서 3명을 제쳤다. 올 시즌 기록에서도 박태환은 마지막 50m 기록이 경쟁자들에 비해 월등했다.

새로운 작전이 필요했다. 발톱을 숨기지 않기로 했다. 박태환은 초반선두추격, 중반이후 스퍼트, 후반스피드유지의 전략으로 나섰다. 체육과학연구원(KISS) 송홍선 박사는 “초반에 스피드를 내면서도 막판까지 지구력이 떨어지지 않는 몸을 만들어 왔다”고 했다.

1단계. 박태환의 초반 경쟁상대는 그랜트 해켓(호주)이었다. 해켓은 올시즌 랭킹 1-4위 가운데 150m까지의 기록이 가장 좋았다. 초반 50m를 4위로 통과한 박태환은 50-100m 구간에서 힘을 내며 1위 해켓을 따라붙었다. 50-100m 구간기록은 1위(27초83). 굳이 초반에 선두와의 거리를 좁히려고 하지 않은 세계선수권과는 확연히 달랐다. 구간기록도 당시보다 0.98초나 빨랐다.

2단계. 100-150m 구간에서 1위로 올라선 박태환은 200m부터 다시 한 번 튀었다. 2위 해켓이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박태환과의 거리는 벌어졌다. 박태환의 페이스에 말린 ‘최고경쟁자’ 해켓은 녹슨 어뢰가 됐다. 350m지점에서는 5위까지 처졌다.

이 사이 힘을 비축한 장린(중국)은 마지막 50m에서 무서운 속도로 치고나왔다. 세계선수권에서의 박태환과 같은 작전이었다. 350m지점까지 6위를 차지한 장린은 마지막 50m(26초15)에서 4명을 제쳤지만 박태환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박태환은 마지막50m에서 27초07을 기록, 세계선수권(26초06)과 동아수영대회(26초79)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꾸준히 스피드를 유지했다. 세계선수권과 비교해보면 초반과 막판 50m를 제외한 6개구간에서 올림픽 때 기록이 더 좋았다. 가장 빠른 구간과 가장 느린 구간 사이의 편차도 적었다.

송 박사는 “초반에 에너지를 많이 써서 마지막 구간 기록이 떨어졌지만 레이스 내내 놀라운 스피드를 유지했다”면서 “작전과 박태환의 타고난 레이스감각이 금메달의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10일 저녁 열린 자유형200m예선을 6위(1분46초73)로 통과한 박태환은 11일 준결승에 나선다.

베이징=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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