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베이징 하늘은 흐리고 간간이 비가 내렸다. 박태환은 평소 비가 내리면 몸이 무거워진다고 했다.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늘씬한 상체를 드러낸 채 경기장을 빠져나오던 박태환은 “엄청난 선수들과 경기를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영광이다. 기록이 잘 나와서 좋다.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9일 예선에서는 1위가 아니라 3위 안에 드는 것이 목표였다. 물살의 영향을 적게 받는 3, 4, 5번 레인을 받기 위한 것이었다.
박태환은 “초반에 다른 선수에게 뒤처지면 안 되니까 오버페이스를 하더라도 같이 간다는 생각이었다. 350m까지는 선두와 함께 간다고 생각했는데 기록이 좋았다”고 말했다.
금메달 부담을 털어냈느냐는 질문에 그는 “아직 경기가 두 개나 남았다”며 남은 경기에 대한 의욕을 보였다. 시상식대에 선 박태환은 취재진을 향해 여유 있는 손짓을 하며 시종 미소를 잃지 않았다.
경기 시작 1시간 30분 전 일찌감치 워터큐브에 도착해 초조하게 늦둥이 외아들의 역영을 지켜본 아버지 박인호(59)씨와 어머니 유성미(51)씨는 우승 확정 직후 한동안 말문을 잇지 못했다. 아버지는 말없이 오른손에 든 소형 태극기를 힘껏 휘둘렀고,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뒤로 휘청거렸다. 얼마 뒤 가슴을 진정시킨 듯 유씨는 “어제 한숨도 못 잤다. 만나면 뽀뽀부터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씨는 시상식 후 “기쁘고 자랑스럽다. 마음고생이 많았는데 굳은 각오로 훈련을 열심히 해 금메달을 이뤘다”며 “이제 마음 편하게 남은 경기는 즐기면서 뛰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베이징=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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