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올림픽 대회 4일째인 11일(한국시간) 오후 국가펜싱홀 앞.
펜싱 여자 플뢰레 경기가 열린 경기장 앞은 ‘세계 최고의 검사’를 보기 위해 몰려든 수많은 인파로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뤘다.
특히 곳곳에서는 경기 티켓을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는 사람들과 올림픽 특수를 이용해 티켓을 비싼 값에 팔려는 악덕 암표상들의 거래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었다.
슬그머니 옆으로 다가가 거래 내용을 들어보니, 악덕 암표상들의 횡포는 과히 상식을 벗어난 수준이었다.
암표상들이 인터넷과 현장 판매를 통해 어렵게 구한 티켓 한 장의 기본 가격은 100위엔(약 1만5천원). 그러나 이들은 최소 20배에서 많게는 30배까지 가격을 올려 팔고 있었다.
일반 중국 3~4년차 회사원들의 한 달 평균 월급이 6000위엔(약 90만원)정도라고 할 때, 3분의 1에 해당하는 엄청난 가격이다.
뿐만 아니라 암표거래가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버젖이 경기장 앞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습은 베이징을 찾은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였다.
게다가 ‘울며 겨자먹기’로 표를 구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암표상을 주선해주는 이른바 ‘거간꾼’도 암표상들이 거품 낀 가격에 혀를 내둘렀다.
한 거간꾼은 “암표상들은 너무 높은 값을 원하는 것 같다. 외국인의 경우 높은 가격이더라도 업무적으로 암표를 대량 구매하는 경우가 있지만, 중국인들은 한 장도 살 수 없는 가격이다”고 밝혔다.
베이징=김진회 기자 manu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