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출전 49개국중 13개국 한국인 지휘봉
10일 베이징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 결승전. 한국 선수뿐 아니라 결승에 오른 중국 대표 선수들이 사용하는 활에도 ‘SAMICK’이라는 한국 브랜드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앞서 열린 영국과 프랑스 간 준결승전에서는 짙은 선글라스를 쓴 한국인 영국 대표팀 감독이 자주 카메라에 잡혔다.
한국 양궁이 세계무대를 휩쓸면서 국산 활과 한국인 양궁 지도자도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11일 국내 활 제조업체인 삼익스포츠와 윈앤윈에 따르면 베이징 올림픽 양궁에 출전한 49개국 남녀 선수 128명 중 69명(양쪽 날개 기준)이 두 회사 제품을 들고 출전했다. 손잡이와 날개 모두 한국 제품을 쓰는 선수도 54명에 이른다. 특히 남녀 세계 랭킹 1∼5위 10명 중 9명이 한국산 활을 쓴다.
불과 4년 전인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 미국 호이트(Hoyt) 제품이 80%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桑田碧海)’인 셈이다.
국산 활 제조기술이 급성장한 것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을 앞두고 호이트가 신제품 활을 자국 선수에게만 공급하면서부터.
대한양궁협회는 이듬해 ‘국내 초등학교와 중학교 대회에서는 외제 활을 쓸 수 없다’는 지침을 내렸다. 활의 자주화(自主化)를 선언한 것이다.
당시 선수용 활 생산을 막 시작한 ‘삼익스포츠’와 ‘윈앤윈’에는 절호의 기회였다.
삼익스포츠는 1996년 선수용 활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 한국 대표팀 6명 중 이창환 선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삼익스포츠 제품을 쓴다. 활뿐 아니라 베이징 올림픽 양궁장은 한국 지도자들의 사랑방을 방불케 할 정도로 양궁 지도자도 세계를 누비고 있다. 양궁에 출전한 49개국 중 13개국의 지도자 28명이 한국인이다.
하지만 한국인 지도자들의 활발한 해외 진출은 한국 양궁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