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베이징 올림픽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이끈 맏형 박경모(33·사진)는 시상식장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아버지 박하용 씨를 떠올렸다.
한창 연습에 몰두해야 할 5월. 그는 대표팀에 있었지만 마음은 붕 떠 있었다. 암으로 투병 중인 아버지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결국 6월 10일 세상을 떠났다. 아들의 올림픽 금메달 소식을 접하지도 못한 채.
박경모는 2남 4녀 중 첫째다. 아버지는 키 큰 맏아들을 각별히 아꼈다. 충북 옥천 이원초등학교 4학년 때 양궁을 시작하게 된 것도 아버지의 권유 때문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언제나 말없이 뒤편에서 아들을 응원했다. 박경모가 1993년 세계선수권에서 개인전 우승을 하며 세계적인 궁사가 됐을 때도,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아경기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우승을 차지한 뒤 이유 없는 부진의 늪에 빠졌을 때도 그랬다.
박경모가 6년 만인 2001년 국가대표에 다시 선발되며 슬럼프를 빠져나왔을 때 “나는 경모가 일어설 것으로 믿었다”며 등을 두드려주던 이도 아버지였다.
아버지의 격려 속에서 박경모는 2001년과 2003, 2005년 세계선수권과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을 이끌었다.
박경모는 “베이징 올림픽을 선수로서 마지막 기회로 생각한다”며 “이번 대회 개인전에서 금메달로 돌아가신 아버지께 마지막 선물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베이징=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