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놀이 조작 … ‘짝퉁 개막식’

  • 입력 2008년 8월 12일 08시 43분


발자국 장면은 3차원 영상… 세계가 속았다

‘짝퉁 불꽃’에 전 세계가 속았다.

8일 벌어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은 차기 개최지 런던에 부담을 줄 정도로 화려하고 예술적인 퍼포먼스로 세계를 감동시켰다.

그 중에서도 잊지 못할 명장면은 개막 직전 천안문광장에서 출발해 메인스타디움 냐오차오를 향해 걸어가는 모습을 연출한 거대한 발자국이었다.

베이징 도심의 밤하늘을 가로질러 뚜벅뚜벅 걸음을 내딛던 이 발자국은 ‘폭죽왕국’답게 다량의 폭죽을 쏘아 올려 만든 것으로, 세계 언론들은 이를 ‘거인의 발자국(Giant footprint)’이라 부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기에 바빴다.

그러나 이틀 뒤 중국 한 지역신문에 의해 이 장관이 실제가 아닌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트릭’이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TV를 보며 탄성을 질렀던 전 세계의 시청자들은 물론 주경기장 안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이 장면을 지켜보았던 모든 사람들이 감쪽같이 속았던 것이다.

개막식 영상효과 담당을 맡은 가오샤오룽 주임 역시 이 장면이 가짜였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55초간의 불꽃 발자국 장면은 수이징스사가 1년 가까이 걸려 제작한 3차원 영상이다. 자세히 보면 실제 불꽃에 비해 다소 밝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이 진짜로 알았던 만큼 우리들의 미션은 성공한 것이다”고 말했다.

‘트릭’이었음을 인정하면서도 미묘한 ‘자찬’이었다.

‘역사의 발자국’으로 명명된 이 장면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한 이유는 스모그로 가득한 베이징의 밤하늘이 ‘캔버스’로 적절하지 않다고 여겨진 데다 실제 공중으로 쏘아올린 다량의 불꽃을 헬리콥터가 저공비행으로 따라가면서 카메라로 잡는 작업이 지나치게 위험했기 때문이었다.

가오 주임은 “스모그가 낀 밤하늘의 흐릿한 효과를 만들기 위해 베이징 기상청의 도움을 받는 한편 일부러 카메라를 살짝 흔들어 실제감을 더했다. 눈이 날카로운 시청자들의 반응이 걱정되었지만 다행히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오 주임의 호언과는 달리 ‘가짜 발자국’에 대한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이들은 마치 마술의 비법이 드러난 것처럼 실망하는 눈치다.

과연 이것을 영화의 기법처럼 기술의 진보로 봐야할까?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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