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들이 선수나 감독이 돼서 경기 현장에 있는 것처럼 흥분해 마치 선수가 눈앞에라도 있는 듯 자신도 모르게 이름을 부르고 작전지시를 내리는가 하면 목이 터져라 고함을 외치고 있는 것.
12일 오전 열린 2008 베이징 올림픽 남자 수영 200m 자유형 결승을 중계한 SBS 김봉조 해설위원은 마치 경기장 바로 옆에 있는 감독처럼 "태환아! 태환아! 막판 스퍼트 해야지"라며 소리쳤다.
김 위원은 2004 아테네 올림픽 당시 수영 국가대표 감독. 당시 박태환 선수가 실격패 할 때 고통을 함께 했다.
김 위원의 애틋한 감정은 10일 열린 400m 자유형 결승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이날 경기에 앞서 선수들을 한 명씩 카메라가 비추는 과정에서 박태환의 얼굴이 나타나자 김 위원은 자신도 모르게 "태환아!"라고 이름을 부르고는 멋쩍어 했다.
김 위원은 또 "태환아! 절대 긴장하면 안 돼!"라고 말하고는 곧이어 "긴장하면 안 되죠"라고 서둘러 말꼬리를 고치기도 했다.
경기에 나선 박태환이 약 30m 가량을 남기고 선두를 유지하며 물살을 가르자 김 위원은 "아~~" "아~~~", 목이 쉬도록 고함을 지르며 기뻐했다.
김 위원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목이 잠겨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12일 열린 레슬링 경기의 SBS 해설자로 나선 심권호씨 역시 '몰아 해설'로 눈길을 끌었다.
그레코로만형 60kg 급 정지현 선수가 공격에 나서자 심 위원은 마치 코치처럼 "자! 자! 손 앞으로 넣어야지!"라고 흥분하며 말했다. 심 위원의 말처럼 정 선수가 손을 뻗어 넣어 상대 선수 가슴을 끌어안는데 성공하자 "그렇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양 선수 모두 1분 동안 득점이 없어 심판이 추첨에 나섰고, 검은색 봉투에 손을 넣은 심판이 한국 선수의 공격을 뜻하는 파란색 공을 뽑아 들자 심위원은 "아싸!"라며 마치 학생처럼 기뻐하기도 했다.
선수, 감독 출신 해설자들의 이 같은 해설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세련되게 정보를 전달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흥분한다"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거친 말투 속에 전문성이 녹아 있는데다, 혼자 TV를 볼 때도 마치 응원단과 함께 있는 것 같다"는 평가도 있다.
주부 이영주(37·서울 중랑구 묵동)씨는 "박태환 경기를 보면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며 "이런 해설을 올림픽 때가 아니면 또 언제 접해보겠느냐"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