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이배영 투혼, 金보다 더 빛났다

  • 입력 2008년 8월 13일 03시 03분


이배영이 역도 남자 69kg급 용상 184kg 3차 시기에서 실패한 뒤 무릎을 꿇은 채 바를 놓지 못하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 사진공동취재단
이배영이 역도 남자 69kg급 용상 184kg 3차 시기에서 실패한 뒤 무릎을 꿇은 채 바를 놓지 못하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 사진공동취재단
바벨을 들어올리다 넘어진 역사(力士)의 표정은 비통했다. 바닥에 엎드려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4년간 피땀을 뒤로한 채 쓸쓸히 퇴장할 때 참을 수 없는 안타까움에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아테네의 살인 미소’로 유명한 한국 남자 역도의 간판스타 이배영(29·경북개발공사).

그는 12일 중국 베이징 항공항천대 체육관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 역도 남자 69kg급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인상에서 155kg을 들어 올리며 자신이 갖고 있던 한국 기록(154kg)을 경신하는 등 순조로운 출발을 한 이배영은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다. 라이벌인 중국 스즈융(28)이 157kg을 들어 올리다 실패해 이배영에게 뒤진 152kg으로 인상을 마친 뒤 경기를 포기했다. 인상에서 이배영을 앞선 선수는 중국의 신예 랴오후이(21)로 158kg을 들어 올렸다.

이제 이배영이 강세를 보이는 용상 차례. 이배영은 1차 시기에서 자신의 최고기록에 6kg이 모자란 184kg을 신청했다. 충분히 들어 올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뜻밖에 왼 발목이 돌아가고 장딴지 근육에 통증이 생기면서 쓰러졌다. 이배영은 부상 치료와 휴식을 위해 2kg이나 올린 186kg으로 2차 시기 중량을 신청했다. 그러나 몸이 회복되지 않은 이배영은 2, 3차 시기를 연거푸 실패했다. 오른쪽 장딴지까지 번진 근육 통증을 없애려고 바늘로 마구 찌르며 경기에 나섰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런 이배영의 투혼에 중국의 6000여 관중은 환호와 함께 박수갈채를 보냈다.

경기가 끝난 뒤 이배영은 “성적은 꼴찌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꼴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4년을 기다렸는데 만약 2, 3차 시기를 포기했다면 평생 후회했을 것이다. 죽어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4년 전 아테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낸 이배영은 베이징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그의 투혼과 미소는 영원히 팬들의 기억에 남았다.

베이징=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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