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투지-팀워크, 기업경영에 응용”
헤드폰 - 수영복 시장에도 ‘박태환 신드롬’ 몰아쳐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태극 전사들이 잇달아 ‘금빛 승전보’를 울리자 이들을 후원하는 기업들도 덩달아 어깨춤을 추고 있다.
선수들의 역전 드라마가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의 시름을 날려주는 한편 해당 기업들도 글로벌 이미지를 올릴 수 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SK그룹은 수영 펜싱 핸드볼 등 비(非)인기 종목을 후원한 덕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박태환 선수를 공식 후원하고 있는 SK텔레콤은 박 선수가 12일 남자 수영 자유형 200m 결승전에서 은메달을, 10일 남자 수영 자유형 400m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따자 SK텔레콤 광고가 올림픽 시즌의 최고 광고가 됐다는 분위기다.
SK텔레콤은 박 선수 측과 맺은 후원 계약이 종료되는 내년 5월 31일 이전에 계약 기간을 연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경우 박 선수는 2012년 런던 올림픽 때에도 SK텔레콤의 후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2003년부터 대한펜싱협회를 후원해온 SK텔레콤은 한국 펜싱 간판 남현희 선수가 11일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딛고 여자 펜싱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면서 겹경사가 났다.
올림픽 때의 ‘반짝 관심’을 막고자 SK그룹이 지속적으로 후원하는 핸드볼 대표팀도 마찬가지.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9일 열린 세계 최강 러시아와의 첫 대결에서 극적인 무승부를 이끌어 냈고, 그 여세를 몰아 11일 열린 B조 2차전에서 강호 독일을 격파했다.
권오용 SK㈜ 브랜드관리실장은 “선수들이 신체조건 등 객관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불굴의 투지와 팀워크를 발휘해 성과를 거둔 점을 기업 경영에 충분히 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양국의 든든한 버팀목’인 현대·기아자동차그룹도 한국 양궁팀이 올림픽에서 여자 단체전 6연패, 남자 단체전 3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해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1985년부터 최근까지 양궁에 200억 원을 지원했고, 이번에도 중국 주재원 등 9000여 명 규모의 양궁 응원단을 꾸려 열띤 현장 응원에 나서는 한편 중국 응원객들의 ‘관람석 싹쓸이’에 대비해 경기 입장권 9000여 장을 확보할 정도로 치밀하게 준비했다.
현대·기아차 측은 “한국 양궁 선수들의 뛰어난 실력 뒤에 기아차의 후원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해외 시장에서도 큰 마케팅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기대했다.
KT와 한화그룹도 이날 진종오 선수가 50m 남자 권총에서 금메달을 따자 흐뭇한 표정이었다.
특히 유통 시장에는 ‘박태환 효과’가 두드러지고 있다.
박 선수가 자유형 400m 금메달에 이어 자유형 200m에서도 은메달을 따내자 그가 사용한 수영용품, 그가 낀 헤드폰은 특수를 누리고 있다. 해당 제품은 물론이고 유사품까지 덩달아 인기를 누릴 정도다.
온라인 쇼핑몰 옥션에 따르면 박 선수가 금메달을 딴 직후인 10, 11일 이틀간 수영용품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40% 늘었다. 특히 박 선수의 공식 후원사인 스피도가 ‘KOREA’와 박태환 이니셜을 함께 새겨 넣은 수영용품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G마켓에서도 같은 기간 수영복과 수영모, 수경 등 수영 관련 상품의 판매량이 작년 같은 기간의 2배로 늘었다. 특히 어린이용 전신수영복의 매출은 3배로 증가했다.
디앤샵 역시 10일 하루 수영복 매출을 집계한 결과 한 주 전 같은 요일 대비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자 스피도 제품을 11% 할인하는 등 특판 행사에 나섰다.
박 선수의 ‘트레이드마크’가 돼버린 헤드폰은 음향기기 전문업체 크레신이 만든 피아톤(모델명 PHIATON MS400)으로 다음 달 북미와 유럽 지역에 선보일 프리미엄 제품이다.
박 선수가 금메달을 딴 10일 이후 음향기기 리뷰 사이트를 중심으로 제품명이 알려지면서 해당 제품을 소개하는 크레신의 해외 홈페이지 방문객 수가 평소 대비 4배로 늘었고 구입처를 묻는 문의전화도 쏟아지고 있다고 이 회사는 전했다. 크레신 측은 “피아톤을 소개하는 해외 홈페이지에 평소보다 4배 이상 많은 방문객이 접속했고 구입처를 묻는 문의전화도 쇄도 중”이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