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 소감 묻자 “애국가가 안나오더라” 웃음
“펠프스에 한수 배워… 4년뒤엔 멋진 승부”
노감독 “태환이 인내심 강해… 무한대 선수”
“세계를 넘어설 자신감을 얻었다.”
‘마린 보이’ 박태환(19·단국대)은 4년 전 아테네 올림픽에서 실격당해 눈물짓던 소년이 아니었다. 그는 10일 베이징 올림픽 수영 자유형 남자 400m에서 한국 수영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에 이어 12일 200m에서 1분44초85의 아시아 신기록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1분42초96의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한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23)가 그의 앞에 있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제 열아홉 살이다. 박태환은 “4년 뒤 런던 올림픽에서 펠프스와 멋진 승부를 하겠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 눈물짓던 소년에서 펠프스 라이벌로
200m 결선을 치른 뒤 박태환의 표정은 밝았다. 금메달을 놓친 아쉬움보다 최선을 다했다는 뿌듯함이 느껴졌다. 400m 금메달과 200m 은메달의 차이를 묻자 “애국가가 안 나오던데요”라며 받아 넘겼다. 비록 2관왕은 놓쳤지만 “수영 황제에게 한 수 배웠다”고 말했다.
“펠프스는 턴을 하고 나서 치고 나오는 실력이 뛰어나 따라잡기 어려웠어요. 경기가 끝난 뒤 그에게 ‘세계신기록을 세운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넸죠. 앞으로 턴을 빠르고 부드럽게 하기 위해 하체 훈련에 집중할 생각이에요.”
박태환은 아시아 신기록을 세운 것에 만족한다고 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세계적인 선수들과의 경쟁이 보약이 됐다는 얘기다.
그는 “3월 한라배에서 기록이 저조했는데 4월 동아수영대회에서 지난해 세계선수권 이후 처음으로 내 기록을 깼다”며 “그때부터 올림픽에서 내 기록을 넘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노민상 수영대표팀 감독은 어려운 과정을 잘 이겨낸 박태환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2월 말레이시아 전지훈련에서 혹독한 지구력 훈련을 시켰고 박태환의 몸 상태를 매일 파악해 보완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꼭 한 번 미국과 호주 선수를 이기고 싶었다. 어릴 적부터 가르쳐 온 태환이는 인내심이 강해 잘 따라와 줬다. 내 꿈을 이루게 해줘 고마울 뿐이다.”
노 감독은 박태환이 ‘무한대의 선수’라고 했다. 다만 아직 나이가 어린 그가 운동선수로 꾸준히 노력할 수 있도록 주위에서 돌봐줄 것을 당부했다.
○ 나보다 남을 생각하다
박태환은 주위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그는 “1월 태릉선수촌에 들어가 대표팀 동료들과 7개월 동안 피나는 노력을 했다”며 “함께 고생한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매일같이 1만 m 넘게 훈련을 하면서 그가 배운 것은 인내였다. 또 세계선수권 등 국제대회에 출전하며 자신감을 얻었다. 그리고 베이징 올림픽에서 그 결실을 봤다.
박태환은 “17일 자유형 1500m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매년 성장하는 박태환이 되겠다”고 말했다. 어느새 의젓한 어른이 돼 있었다.
베이징=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