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도 대표팀이 감동의 은메달 시나리오를 연일 써내려가고 있다. 11일엔 남자 73kg급의 왕기춘(20·용인대)이 갈비뼈 부상을 견디고 은메달을 따낸 데 이어 12일엔 81kg의 김재범(23·한국마사회)이 간염증세에 굴하지 않는 초인적 체력을 발휘하며 은메달을 보탰다.
김재범은 12일 베이징과학기술대 체육관에서 독일의 올레 비쇼프와 결승전에서 격돌했으나 유효로 졌다.
체력 고갈이 금메달을 앗아갔다. 김재범은 3회전부터 제한시간(5분)에 불과 10초를 남기고 한판승을 거둬 진을 빼더니 8강(총 7분42초)과 4강(총 10분)전에서도 내리 연장전을 치렀다.
이로 인해 소진된 체력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결승에선 경기 종료 1분 30초를 남기고 비쇼프의 안뒤축후리기에 넘어져 유효를 뺏겼다.
눈앞에서 은메달을 놓쳤으나 안병근 대표팀 감독은 “이 자리에 온 것만으로 장하고 고맙다”라고 말했다.
김재범은 베이징에 오기 직전 극심한 피로를 느껴 두 차례 병원 검진을 받은 결과, 간수치가 기준 이상으로 높게 나왔다. 안 감독은 “간염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런 몸 상태에서 8강전 이후 세 판을 합쳐 23분 가까이 소화한 것이다.
은메달 직후 김재범은 “체력적 한계를 절실히 느꼈다. 준결승에서 이기고 결승까지 30분 정도 시간이 있어 체력이 돌아올 줄 알았는데 마지막까지 집중을 하지 못했다. 금메달을 안병근 감독님 품에 안기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안 감독은 73kg급 출신인 김재범에게 ‘한 체급을 올리라’고 조언한 은인이다.
안 감독의 권유를 받아들인 김재범은 체급을 올린 지 불과 10개월도 되지 않았음에도 올림픽 무대에서 은메달을 따내 최민호, 왕기춘과 함께 한국 유도의 간판으로 떠올랐다.
경북 김천 출신으로 김천서부초등학교 2학년 때, 부모 권유로 유도에 입문한 김재범은 동지고-용인대를 졸업했고 현재 한국마사회에 적을 두고 있다.
베이징=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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