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대회 5개종목 모두 세계신 기염 “경기 즐기는 중”
4년 전인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19세의 나이로 6개의 금메달과 2개의 동메달을 목에 걸며 화려하게 올림픽 무대에 데뷔했던 ‘수영 신동’ 마이클 펠프스(23·미국).
그가 두 번째 올림픽 무대인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다른 선수들이 감히 범접하지 못할 ‘수영 황제’의 모습으로 올림픽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그가 아테네에서 이루지 못했던 대회 8관왕의 목표는 4년 전에 비해 지금 훨씬 가깝게 있다.
펠프스는 13일 중국 베이징 워터큐브 수영장에서 열린 2008 베이징 올림픽 수영 2종목에서 금메달을 추가해 이번 대회 금메달 수를 5개로 늘렸다. 5개 금메달을 모두 세계신기록으로 땄다.
이날 먼저 열린 접영 남자 200m 결승. 펠프스는 경기 중 수경 안으로 물이 들어가는 악조건에서 레이스를 했지만 우승에는 무리가 없었다. 1분52초03의 기록으로 자신이 지난해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세운 1분52초09의 세계기록을 0.06초 단축한 우승이었다.
펠프스는 “100m쯤 지났을 때 수경 안이 물로 가득 차 앞이 잘 보이지 않았고 갈수록 상황이 더 안 좋아졌다. 원래 이 종목에서 1분51초대 기록을 목표로 했는데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기록이 그리 나쁘진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1시간도 채 안 돼 펠프스는 남자 계영 800m 결승 출발대에 섰다. 이전 레이스의 피로에서 회복하기엔 턱없이 모자란 시간. 하지만 역시 우승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는 미국 대표팀의 첫 번째 영자로 나섰고 미국 팀은 6분58초56의 기록으로 또 한 번 기존 세계기록(7분03초24)을 갈아 치웠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 어떤 문제도 그가 물로 뛰어드는 순간 모두 사라지는 듯하다”고 표현했다.
펠프스는 “나는 지금 올림픽을 즐기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처럼 여유가 넘쳤던 적이 없다. 아마 한 번 서 봤던 대회이기 때문인 것 같다”고 여유를 보였다.
한편 펠프스는 통산 11개의 금메달을 따 올림픽 역사를 바꿨다. 그 이전에는 체조 라리사 라티니나(옛 소련), 육상 파보 누르미(핀란드), 수영 마크 스피츠, 육상 칼 루이스(이상 미국) 등이 딴 9개가 최다였다. 이제 남은 것은 1972 뮌헨 올림픽에서 스피츠가 세운 단일 대회 최다인 7관왕 기록을 넘어 서는 것.
15일 개인혼영 200m, 16일 접영 100m, 17일 혼계영 400m를 남겨둔 현재 펠프스의 8관왕 등극은 시간문제로 느껴진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