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카메룬은 무승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혼신의 힘을 다한 태극전사들은 고개를 숙이고 허탈하게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다 잡은 기회를 놓친 대가가 얼마나 큰지를 뼈저리게 느낀 한판이었다.
13일 중국 상하이스타디움에서 열린 2008 베이징 올림픽 남자축구 D조 마지막 경기.
최소 3점 차 이상으로 이기고 톈진에서 이탈리아가 카메룬을 1점 차 이상으로 잡아 주기를 기다려야 하는 한국올림픽축구대표팀. 결과적으로 이탈리아가 카메룬과 0-0으로 비기는 바람에 마지막 남은 경우의 수는 사라져 버렸지만 한국 선수들은 단 1골로 온두라스에 1-0으로 승리하는 졸전을 벌여 팬들의 탄식을 자아냈다.
한국은 1승 1무 1패(승점 4)로 이탈리아(승점 7·2승 1무), 카메룬(승점 5·1승 2무)에 이어 조 3위를 기록해 조 2위까지 주어지는 8강 티켓을 놓쳤다.
이날 한국 선수들은 시작부터 몸이 무거웠다. 최소한 3점 차 이상 승리라는 게 선수들의 어깨를 짓눌렀을 거라는 게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정해성 A대표팀 코치의 분석.
한국은 초반부터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쳤지만 전패를 당하지 않으려는 온두라스의 강한 저항에 부닥쳐 매끄러운 공격을 보여 주지 못했다. 그래도 한국은 전후반 14개의 슈팅 중 11개를 골문 쪽으로 향하는 유효슈팅으로 날렸지만 전반 23분 김동진(제니트)의 슛만 골로 이어졌다.
김동진은 페널티 지역 왼쪽으로 파고든 뒤 이근호의 감각적인 힐패스를 이어받아 문전으로 달려들며 오른발로 강하게 슛을 날려 반대쪽 골네트를 시원하게 갈랐다. 하지만 한국은 후반 8분 박주영(FC 서울)이 긴 전진패스를 받아 골키퍼와 맞서는 찬스를 잡고도 발이 엉켜 득점 기회를 놓쳤고 후반 16분에도 조영철(요코하마)이 때린 왼발 슛이 골키퍼 선방에 막히는 등 더 이상의 골 운은 따르지 않았다.
박성화 감독은 후반 27분 기성용(서울)을 빼고 백지훈(수원)을, 4분 뒤 이청용(서울) 대신 김근환(경희대)을 투입해 분위기 전환을 꾀했지만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한편 남자축구 8강은 아르헨티나-네덜란드, 브라질-카메룬, 나이지리아-코트디부아르, 이탈리아-벨기에의 대결로 압축됐다.
상하이=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