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에서 16년 만의 ‘올림픽 금 사냥’에 성공한 진종오의 또 다른 적은 감기였습니다. 진종오는 경기 후 “옆자리 선수들에게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예선 중에 여러 차례 재채기를 해서 본의 아니게 경기를 방해했기 때문이죠.
진종오는 베이징에 와서 감기에 걸렸습니다. 선수촌 에어컨 바람이 세서 냉방병이 걸린 것 같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도핑을 우려한 진종오는 끙끙 앓다 선수촌에서 마련해 준 감기약으로 겨우 몸을 달랬습니다.
올림픽에서 도핑은 선수들이 넘어야 할 또 하나의 적입니다. ‘클린 올림픽’을 표방한 이번 올림픽에서 도핑 삭풍은 선수들을 매섭게 몰아치고 있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2일까지 벌써 1500차례나 소변과 혈액 검사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대회 끝까지 펼쳐질 도핑 검사는 모두 4500건에 이를 것으로 예고됐습니다. 이번 대회 참가 선수가 1만500여 명인 것을 감안하면 2명 중 1명꼴로 도핑 검사를 받는 것입니다. 이는 4년 전 아테네 올림픽보다 25%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는 개별 종목에서 5위 안에 든 선수는 무조건 도핑 검사를 받아야 하고 그 아래 순위 선수들도 무작위로 검사받게 그 기준이 엄격해졌기 때문입니다.
적발자도 나왔습니다. 사이클 여자 도로 독주의 이사벨 모레노(스페인)는 도핑 양성 반응이 나와 출전이 취소됐습니다.
대만 야구의 주포 장타이산도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금지약물 검사에 걸려 첫 경기인 네덜란드전을 결장하게 됐습니다. 야구는 동일 팀에서 3번 도핑이 적발되면 팀 자체가 올림픽에서 제명되고 메달 또한 반납해야 합니다.
서릿발 같은 도핑 검사에 한국 선수들도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골든 보이’ 박태환은 베이징에서만 두 번 검사를 받았습니다. 노민상 수영대표팀 감독은 “동양 선수가 자유형에서 너무 잘하니 표적이 된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야구대표팀 류현진은 “도착한 다음 날 오전 8시에 깨워 도핑 검사를 받았다. 잠을 제대로 못 잤다”며 불평했습니다.
한국 선수단의 상승세가 행여 도핑에 발목 잡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베이징=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