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터는 압수입니다.” “제발 담배 피우지 마세요.”
중국 대부분의 경기장을 입장할 때 자원봉사자들이 외치는 소리다. 하지만 잠시라도 쉬는 시간이면 경기장 밖에선 담배 연기가 곳곳에서 뿜어져 나온다.
중국 당국은 2008 베이징 올림픽을 ‘금연 올림픽’으로 정하고 올림픽 기간 경기장 주변에서의 흡연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올림픽 경기장과 시설이 밀집해 있는 ‘올림픽 그린’에 입장하는 이들은 라이터를 소지할 수 없지만, 대부분 시설 내의 자원봉사자나 음식 판매대 등에서 불을 빌려 담배를 피우기 때문에 금연 조치가 별 소용이 없다.
한국올림픽축구대표팀이 D조 예선을 치른 친황다오 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과 상하이스타디움. 들어갈 때 라이터와 성냥을 압수하지만 하프타임 때 경기장 밖 휴게장소에서는 흡연 인파로 들끓었다.
자원봉사자들이 “제발 담뱃불 좀 꺼주세요”라고 외치고 다니지만 흡연을 멈추는 사람은 없다. 이렇다 보니 나중엔 자원봉사자들도 함께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선수들이 담배를 물고 있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이탈리아의 한 역도 선수는 “올림픽 선수촌에 있는 선수들의 70%는 담배를 피운다”고 전했다.
전 세계 흡연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내 흡연자들을 통제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에서는 20개들이 담배 한 갑에 약 200원밖에 안 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이유로 담배를 끊을 사람도 그다지 많지 않다.
또 담배회사들의 강력한 로비와 홍보 때문인지 중국인의 3분의 2가량은 흡연이 건강에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장에서 대부분의 중국인이 담배를 피우는 이유다.
상하이=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