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쿠바와 대결 부담 덜어… 4강 진출 청신호
■ 한국야구, 거함 미국에 짜릿한 승리
《한국 야구 ‘드림팀’이 거함 미국을 무너뜨렸다. 한국은 13일 베이징 우커쑹 야구장 제2필드에서 열린 2008 베이징 올림픽 예선 풀리그 첫 경기에서 미국 마이너리그 드림팀에 짜릿한 재역전승을 거뒀다. 한국 대표팀은 4강 토너먼트 진출을 위해 반드시 이겨야 했던 미국을 꺾으면서 금메달 후보인 일본 쿠바와의 경기 부담을 덜게 됐다. 》
경기는 초반부터 역전에 역전을 거듭했다. 미국이 1회 2안타로 선취득점을 올리자 한국은 2회말 김동주가 내야안타를 치고 나간 무사 1루에서 이대호가 미국 선발투수 브랜던 나이트의 2구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한국이 3회 1점을 추가해 3-1로 앞서자 미국은 5회 3안타 1볼넷을 묶어 2득점하며 3-3 동점을 만들었다.
#역전1 6-4로 앞선 9회초. 한국이 야구 종주국인 미국을 무너뜨리는 데 아웃카운트는 3개만 남았다.
한국 야구대표팀 김경문(두산) 감독은 김광현(SK)에 이어 네 번째 투수로 한기주(KIA)를 마운드에 올렸다. 올 시즌 세이브 부문 3위(21세이브)인 한기주는 필승의 의지였다.
하지만 한기주의 빠른 공은 미국 마이너리그 타자들에게 맞아 나갔다. 선두타자 마이크 헤스먼은 시속 150km 직구를 받아쳐 왼쪽 담장으로 넘겨버렸다. 미국 타선은 불이 붙었다. 한기주는 테일러 티가든에게 오른쪽 안타, 브라이언 바든에게 우중간 2루타를 연이어 허용한 뒤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한 채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무사 2, 3루의 위기. 다섯 번째 투수 윤석민(KIA)이 마운드에 올랐다. 올 시즌 다승 1위(12승 4패)였음에도 컨디션 난조에 빠진 임태훈(두산) 대신 대표팀 막차를 탔다.
그는 후속타자 2명을 삼진과 뜬공으로 요리했지만 테리 티피에게 볼넷을 내준 뒤 맷 브라운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며 6-7 역전을 허용했다.
#역전2 6-7로 뒤진 9회말. 한국은 7번 타자부터 시작되는 하위타순이었다. 미국 더그아웃은 극적인 역전승을 미리 축하하고 있었다. 미국 취재진은 ‘역시 야구 종주국은 우리’라는 득의만만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미국이 9회 다섯 번째 구원투수 제프 스티븐스(클리블랜드 산하 트리플A)를 마운드에 올리자 김 감독은 대타 작전에 들어갔다. 승부수였다.
작전은 맞아떨어졌다. 대타 정근우(SK)는 좌익선상 2루타로 포문을 열었고 대타 김현수(두산)가 2루 땅볼 아웃되는 사이 3루까지 진루했다. 이어진 대타 이택근(우리)은 평범한 2루 땅볼을 날렸다. 그때 정근우가 홈으로 뛰어들었다. 미국 2루수 제이슨 닉스가 서둘러 홈으로 뿌린 공은 홈플레이트 옆쪽으로 벗어났고 정근우는 세이프. 7-7 동점.
미국 투수 스티븐스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1루 주자 이택근은 2루 쪽을 향해 리드를 많이 했다. 투수를 흔들기 위해서였다. 스티븐스는 견제를 했고 그 공은 1루수 키를 넘어 우익수 쪽으로 흘렀다. 이택근은 2루를 돌아 3루까지 내달렸다. 이어 이종욱의 중견수 희생타 때 홈을 밟았다.
한국은 3-3으로 맞선 5회말 1사 후 고영민의 볼넷과 이종욱의 번트 안타로 만든 1, 2루에서 이용규 이진영 이승엽의 연속안타로 3득점하며 승리를 결정짓는 듯했다. 미국은 6회 네이트 시어홀츠의 솔로홈런으로 1점을 따라붙고 9회에 역전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한국은 9회말 대타 작전과 정근우 이택근의 빠른 발로 미국을 다시 울렸다.
한국은 2루타를 치고 나간 정근우가 이택근의 내야 땅볼 때 홈으로 파고들어 7-7 동점을 만든 뒤 이종욱이 끝내기 희생 플라이로 이택근을 불러들여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경문 감독은 “너무 힘든 경기였지만 나도 놀랐을 정도로 선수들이 너무 잘해줬다”며 “미국 전을 이겨야 4강의 희망을 가질 수 있기에 다음날 선발투수 송승준과 불펜 1명을 빼고 나머지 8명 투수를 대기시켰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기주는 홈런을 맞았지만 마무리로 계속 기용할 것”이라고 했다. 믿음의 야구의 승리였다.
한국은 14일 낮 12시 반 최약체인 중국과 2차전을 치른다.
베이징=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