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다 살아났다.’
8년만에 올림픽 메달 획득을 노리는 한국 야구대표팀이 미국과의 첫 경기에서 9회말 이종욱의 끝내기 희생플라이에 힘입어 천신만고 끝에 8-7, 한 점차 승리를 거두고 결선 진출을 위한 귀중한 첫 승을 챙겼다.
한국은 13일 우커송필드2에서 열린 미국과의 예선 풀리그 1차전에서 0-1로 뒤진 2회 이대호의 좌월 2점 홈런으로 역전에 성공한 뒤 8회말까지 6-4로 앞섰지만 9회초 뼈아픈 역전을 허용, 패배 직전까지 가는 아찔한 상황을 연출했다.
김경문 감독 등 코칭스태프가 9회초 마무리 투수로 한기주를 투입한 것이 결정적인 패착이 될 뻔 했다. 2점 차 리드 상황에서 등판한 한기주는 첫 타자 7번 테일러 티가든에게 좌월 1점 홈런을 허용한 뒤 잇달아 두 타자에게 연속안타를 허용, 무사 2·3루 위기를 자초했다.
한방이면 동점 또는 역전이 가능한 절체절명의 위기. 당황한 한국 벤치는 윤석민을 투입했고, 투아웃까지 실점없이 잘 잡은 윤석민은 2사 만루에서 결국 4번 맷 브라운에게 적시타를 허용, 6-7 역전을 만들어 주고 말았다. 벤치의 투수 교체가 아쉬웠다.
벼랑 끝에 몰린 김경문 호의 희망을 살린 건 9회말 대타로 나선 정근우였다. 진갑용 대신 첫 타자로 나선 정근우는 상대 마무리 투수 제프 스티븐스에게 3루수와 베이스 사이를 꿰뚫는 2루타를 뽑아 분위기를 되살렸다.
정근우 출루 이후 묘하게 한국에 행운이 따랐다. 대타 김현수의 2루 땅볼로 이어진 1사 3루. 다음 대타 이택근은 2루 땅볼을 때렸고 상대 2루수 제이슨 닉스는 홈에서 승부를 택했지만 정근우의 발이 빨랐다. 결국 7-7 동점.
여기서 미국측으로서는 땅을 칠 상황이 이어졌다. 계속된 1사 1루에서 스티븐스는 1번 이종욱 타석 때 1루주자 이택근에게 견제를 한다는 것이 뒤로 빠지고 말았다. 이택근은 힘 안들이고 3루행.
천당에서 하마터면 지옥으로 떨어질 뻔 했던 김경문 호로서는 마지막에 운이 따랐고 타석에 선 이종욱은 결국 끝내기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한국팀에 귀중한 첫 승을 선사했다.
베이징 | 이재국기자 keystone@donga.com
○ 한국야구 올림픽 무대 첫 미국 격파
한국 야구는 올림픽에서만 미국과 여섯 번 맞붙었다. 하지만 승리를 거둔 건 이번이 처음. 야구가 사상 첫 올림픽 시범종목으로 채택된 1984년 LA올림픽에서는 미국과의 준결승에서 5회까지 2-2 접전을 펼쳤지만 6회말 3실점하면서 2-5로 졌다.
두번째 도전이던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도 3-5로 패했고, 1996년 애틀랜타에서도 미국을 꺾지 못했다. 동메달을 땄던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는 두 차례나 발목을 잡혔다. 예선 0-4, 준결승 2-3으로 연이어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