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점.”
13일 베이징 올림픽그린양궁장에서 열린 남자양궁개인전 64강전. 임동현(22·한체대)의 화살이 과녁 정중앙에 꽂히자 장내아나운서는 한국어로 ‘골드’임을 알렸다.
스탠드를 가득 메운 700여명의 한국응원단은 “대한민국”을 외쳤다. 하지만 장내아나운서는 살렘 알리(카타르)가 10점을 맞췄을 때는 “텐(ten)”이라고 말했다. 양궁장의 분위기는 한국에서와 다를 바가 없었다.
대한양궁협회 서거원 전무는 2004아테네올림픽에서 양궁장비제조사인 호이트 소속인 미국인 장내아나운서 조지에게 “10점”이라는 말을 가르쳤다. 한국노래가 담긴 CD까지 건네며 “양궁장 분위기에 잘 맞을 테니 틀어 보라”고 권했다.
한국선수들에게 조금이나마 친숙한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생각해 낸 꾀였다. 장난기 많은 조지는 이후 국제대회 때마다 “10점”을 외치며 한국선수단의 기를 살렸다.
박경모(33·인천계양구청)의 32강전 상대는 쿠쳉웨이(대만). 이번에는 한국응원단이 힘을 내며 중국응원단을 압도했다.
이재형 감독이 이끄는 말레이시아 대표팀이 나오자 태극기의 물결은 말레이시아까지 몰아쳤다. 응원단이 거의 없던 캐나다 선수에게도 뜨거운 박수를 보내자 캐나다 선수는 한국응원단을 향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한국 응원단은 줄 곧 경기장 분위기를 이끌었다.
유학생 김은비(17)씨는 “베이징올림픽의 슬로건이 ‘One World, One Dream’이 아니냐”면서 “한국선수들의 금메달을 확신하기 때문에 다른 모든 나라 선수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고 했다.
베이징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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