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정부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이 끝난 직후 여자 수영 대표 커스티 코벤트리(25)에게 ‘외교관 여권’을 발급했다. “코벤트리야말로 진정한 외교관”이라는 설명과 함께였다. 코벤트리는 당시 금·은·동메달을 하나씩 따내며 노메달에 그칠 뻔한 짐바브웨의 위상을 세워준 영웅이었다.
4년 후 베이징올림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코벤트리는 11일 여자 배영 100m 준결승에서 58초77로 세계신기록을 세운 데 이어 12일 결승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또 10일에는 100m 혼영, 13일에는 200m 혼영에서 은메달을 땄다. 짐바브웨는 코벤트리의 메달만으로 종합 순위 2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아프리카에서 보기 힘든 백인 선수로 눈길을 끈 코벤트리는 피부색 때문에 역차별을 받을 때도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버텼다. 더 나아가 1988년부터 시행된 ‘백인 차별법’을 폐지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수많은 금메달보다 코벤트리의 은메달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