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졌다? 중국이어서 졌다!
베이징올림픽 공식 홈페이지는 14일 메인 화면에 중국 여자 양궁선수 장주안주안을 올렸다. 타이틀은 ‘장이 한국 양궁의 24년 장기집권을 깨는 금메달을 땄다’였다. 이전까지 개인전 우승 경력이라곤 2006년 월드컵파이널(멕시코)이 유일했던 27세 중국 궁사는 8강에서 주현정(106-101)을 꺾더니 4강에선 세계랭킹 1위 윤옥희를 맞아 올림픽 타이기록(115-109)을 세웠다.
이어 결승에선 2004년 아테네올림픽 여자 개인 금메달리스트인 박성현마저 1점차(110-109)로 제치는 반란을 일으켰다. 복병의 기세를 제압하지 못한 한국 여자양궁은 1984년 LA올림픽 이래 이어온 올림픽 개인 금메달 행진을 2008년 베이징에서 마감했다.
올림픽 7연패가 무산된 데 대해 김경욱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은 “결승전 승부처인 3엔드에서 박성현은 조급했다. 상대가 주눅 들지 않고 계속 따라붙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흔들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가 극찬했듯 ‘비바람도 막지 못한’ 한국의 신궁들이 흔들린 이면엔 베이징양궁장에 운집한 중국 관중들의 추악한 관전 매너를 빼놓고는 설명이 힘들다. 한마디로 중국 선수에게 진 것이 아니라 장소가 중국이어서 금메달을 빼앗겼다고 해야 타당하다.
8강전부터 주현정이 활을 쏠 차례에 중국관중들은 집단 야유를 해댔다. 이 탓에 주현정은 6발째에 6점을 쏘는 치명적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이어 4강에서 윤옥희가 활을 쏘기 직전엔 호루라기 소리까지 들렸다.
호루라기는 박성현이 결승에서 활을 겨눌 때에도 수차례 울렸다. 중국 선수가 10점을 쏜 뒤 터져 나온 환호성은 박성현이 활시위를 당길 때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경기 중 진행요원이 정숙을 요청하자 오히려 페트병까지 두들겨댔다.
아무리 한국 선수들이 소음 훈련으로 대비를 했더라도 갑작스럽게 잡음이 들리면 본능적으로 위화감을 느낄 수밖에 없고, 이는 곧 활 쏘는 리듬감 상실로 이어졌다. 현장의 한국 관계자는 “이런 중국의 고함과 호루라기는 의도적인 방해공작”이라고 했다.
우리선수들은 “내가 컨트롤을 잘 못했다”고 애써 자기 탓으로 돌렸지만 박성현은 “(중국 응원단 쪽에서 나는) 소리에 개의치 않고 쏘려고 했지만 조금 신경이 쓰였다”라고 고백했다.
윤옥희도 “처음부터 끝까지 중국 팬들은 매너가 없었다. 내 실력도 부족했지만 중국의 응원 매너가 아쉽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문형철 감독 역시 “핑계를 찾고 싶진 않지만 심했다. 국제양궁연맹 관계자가 와서 관중석을 제지해도 무방비 상태였다”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문 감독은 “이탈리아면 몰라도 중국은 우리의 적수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올림픽을 두고 중화주의 본색이 드러나는 선전장이 될 것이란 세간의 우려가 현실화되는 셈이다. 중국은 자국의 위대함을 자랑하기 위해 안달을 떨고 있다. 양궁장의 추한 중국인들은 여기에 장단을 맞춘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얻은 금메달은 중국의 강력함이 아니라 촌스러움으로 비쳐진다는 사실을 그들만 모르는 것 같다.
베이징 | 특별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