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의 눈물이었지만 아쉬움도 배어있었다. 정경미는 얄레니스 카스티요(쿠바)와 맞붙은 4강전에서 한쪽 콘택트렌즈가 빠지는 불운을 겪었다. 바닥에 떨어진 렌즈를 다시 착용할 시간은 물론 없었다. 눈 앞이 흔들리면 집중력도 떨어지게 마련. 흔들린 정경미는 이후 제대로 된 공격 한번 펼쳐보지 못하고 허무하게 경기를 내줘야 했다.
정경미는 “난시가 심해서 렌즈를 빼면 잘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한쪽만 빠져서 더 답답했다”면서 “렌즈가 빠진 뒤 잡기가 잘 안되더라.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하는 수 없이 양쪽 다 빼고 나왔다”고 했다. 최적의 조건에서도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게 올림픽이다. 정경미는 시야가 흐릿한 핸디캡을 감수하고 최선의 결과를 얻어냈다.
그 어느 때보다 귀중한 메달이기도 했다. 한국 여자유도가 올림픽 메달을 따낸 건 정성숙, 조민선, 김선영이 동메달 3개를 수확한 2000년 시드니대회가 마지막이었다. 2004년 아테네에서는 빈손으로 돌아섰고, 2005년 이집트 카이로 세계선수권에서도 전멸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에서 금메달 1개(김미정), 1996년 애틀랜타에서 금메달 1개(조민선)와 은메달 2개(현숙희, 정선용)를 목에 건 한국 여자유도의 전성기가 이대로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정경미가 꺼져가던 불꽃을 다시 피워올렸다. 정경미는 “(남자 유도에만 관심이 집중되는 현실이 아쉬워서) 언니들과 열심히 훈련하면서 꼭 금메달을 따자고 약속했는데, 지키지 못해 아쉽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베이징 | 특별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