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억울하지만 국민은 허탈하다

  • 입력 2008년 8월 15일 08시 15분


한국야구대표팀이 14일 최약체 중국을 몰아붙이지 못하고 고전을 면치 못했다. 6회말 1사 상황에서 비로 중단될 때까지 단 3안타에 그치며 이렇다할 득점 찬스조차 잡지 못했다.

전날 우승후보 미국을 격파하면서 긴장감이 풀어져서일까, 야간에 격전을 벌이고 곧바로 익숙하지 않은 낮 경기를 치러 집중력이 흐트러진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경기를 빨리 끝내겠다는 조급함 때문이었을까.

이유야 어떻든 국민들로서는 전날 미국전 9회말 대역전 드라마만큼이나 이날 중국전 결과도 믿기지 않았다. 선수들로서는 억울한 심정일 수도 있겠지만 국민들의 눈에는 중국전 졸전이 마냥 곱게 비칠 수만은 없다. 전날의 감격이 하루만에 허탈함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물론 예기치 않은 비로 경기가 2차례나 중단되는 악재도 겹쳤지만 17일 재경기까지 벌여야한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중국은 쉬어가는 코너가 아닌 걸림돌이 된 셈이다. 하루도 쉬지 못하고 예선전을 벌여야 한다. 앞뒤 경기인 16일 일본전과 18일 대만전까지 부담이 생기게 됐다.

<스포츠동아> 허구연 객원기자는 이를 두고 “끌려가다시피 한 경기의 흐름을 일단 끊은 것은 오히려 다행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졸전이었다. 또 다른 야구인은 “타자들이 중국을 너무 쉽게 생각했는지 방망이를 마구 휘두른다. 사소한 플레이라도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혹자는 선수들이 이번 대회를 병역 미필자의 군면제 기회로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국가를 대표해 베이징까지 왔다면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 국민들을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한다. 호랑이가 토끼를 잡을 때도 사력을 다하는 법이다. 대표팀은 원대한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갈 길은 아직 멀다.

베이징=이재국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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