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에서는 이슬람 여성 선수들이 히잡(hijab)을 쓰고 출전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히잡은 이슬람의 전통 의상으로 여성들이 얼굴을 가리기 위해 착용하는 두건이다.
히잡은 여성의 사회 활동을 제약하는 이슬람 문화의 상징으로 비춰지기도 하지만 이슬람 여성들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존재다.
육상에서는 바레인 출신의 알 가사라가 히잡을 쓰고 출전한다. 고향 바레인에서는 그녀가 올림픽 육상 경기에서 히잡을 쓰고 달리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한다. 가사라가 착용하는 히잡은 바람의 방해를 최소화하는 첨단 소재와 공기 역학 디자인으로 만들어졌다.
올림픽에 세 번째 출전한 이집트 펜싱 대표 엘 감말은 이번에 처음으로 히잡을 착용하고 경기에 나섰다. 감말은 “히잡을 착용하면 나이와 능력을 뛰어넘어 더 나은 경기력을 발휘하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한다.
이란을 대표하는 태권도 대표선수인 사라 코슈자말은 자력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이란의 첫 여자 선수. 역시 히잡을 착용하고 경기에 나선다. 올해 올림픽에 출전하는 이슬람 선수들은 고향에 있는 독실한 무슬림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히잡을 썼다. 이 가운데 바레인의 알 가사라와 이란의 호마 모세이니는 올림픽 개막식때 선수 퍼레이드에서 자신의 국가를 위해 기수로 나서는 영광을 거머쥐었다.
이슬람 여성 선수들이 몇십년 전 처음으로 히잡을 착용하기 시작한 이후, 올림픽에서 그녀들은 항상 관심을 끌었다. 특히 올해는 이집트 선수 6명과, 이란 선수 3명, 아프가니스탄 선수 1명, 예맨 선수 1명이 알 가사라처럼 히잡으로 머리를 뒤덮은 채로 경쟁하게 될 것이다. 이는 전례 없이 많은 숫자다.
히잡을 쓴 이집트 선수 엘 감말은 “사람들은 우리가 항상 스카프를 두르고 낙타를 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슬림 여성들은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엘 감말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무슬림이라는 것이 자랑스럽고 히잡을 쓰는 것은 우리나라 여성들에게는 매우 상징적인 일”이라고 전한다.
알 가사라는 바레인 선수로는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고 2005년 서아시안 게임에서 여자선수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처럼 연이은 우승으로 그녀는 아직도 머리부터 발끝까지의 히잡을 입는 바레인 여성스포츠의 장벽을 무너뜨렸다.
한편 이슬람 국가들 중 사우디아라비아와 브루나이에서는 여성들이 공식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을 허가하지 않고 있으며, 아랍에미리트연합국과 오만은 처음으로 2008년 올림픽에 여자 선수들을 참가하게 했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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