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투병 중 아버지 이름으로 챔피언을 향해 아들이 뛴다

  • 입력 2008년 8월 15일 08시 41분


올해 73세의 후안 레온 에스트라다는 매일 아침 아들의 권투를 위해 일어난다. 심장, 신장, 간 등 세 군데가 모두 암에 걸려 지독한 투병을 하고 있지만 아들을 응원하기 위해서다.

아들은 아버지의 간절한 바람을 등에 업고 승리를 거뒀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 미국 대표팀 권투 선수로 참가한 숀 에스트라다와 암에 걸린 아버지의 감동적인 스토리다. 미들급의 에스트라다는 9일 아르헨티나의 에제퀴엘 오스발도 마데르나와의 예선 1차전에 10-2로 승리했다. 어머니, 고모, 삼촌 등 9명의 가족이 경기장을 찾아 직접 응원했다.

하지만 아버지인 후안 레온 에스트라다는 함께 할 수 없었다. 대신 아버지는 에스트라다의 글러브에 스페인어로 ‘너 때문에 매일 아침 일어나야 한다’고 적었다. 승리를 따낸 뒤 에스트라다는 “아버지가 지금은 아마 뛰고 있을 지도 모른다”고 기쁨에 겨워 농담을 했다.

“경기 전날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부에나 수에르테’라고 말씀했다. 이는 ‘행운을 빈다. 하지만 운이 없어도 너는 이길 것이다’는 뜻이다”고 말했다.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공장 재단사의 아들인 그는 파이어 테크놀로지를 공부하는 학생이다. 현재 소방수가 되기 위해 교육을 받고 있다.

에스트라다는 16일 영국의 제임스 드게일과 경기를 치른다. 첫 경기에서처럼 그는 힘을 얻기 위해 관중석에 있는 자신의 가족을 올려다 볼 것이다. 그러면서 마음의 눈으로는 아버지가 그 자리에 있는 것을 본다.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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