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15일 베이징 우커쑹 제1야구장에서 열린 캐나다와의 예선 풀리그에서 선발 류현진(한화)의 완봉 역투와 정근우(SK)의 결승 솔로 홈런을 앞세워 1-0으로 이겼다.
베이징에 오기 전 김경문(두산) 감독은 “4강 진출의 최대 고비는 캐나다와의 경기”라고 했다. 1차전에서 중국을 10-0으로 대파한 캐나다는 2차전에서 아마 세계 최강 쿠바와 맞붙어 접전 끝에 6-7로 석패하는 등 만만치 않은 전력을 보여줬다.
프로 선수가 참가한 국제 대회에서 한국은 2003년부터 캐나다에 3연승을 달리다 3월 올림픽 최종 예선에서 처음으로 졌다. 에이스 류현진을 내세웠기에 충격이 더 컸다. 당시 류현진은 장염 탓에 캐나다 맷 로걸스태드에게 2점 홈런을 맞는 등 1과 3분의 2이닝 동안 3안타 3실점(1자책)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다시 캐나다를 상대한 류현진은 그때와는 확 달라져 있었다. 빠른 직구와 낙차 큰 변화구를 적절하게 섞어가며 캐나다 강타선을 5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6, 8, 9회에 선두 타자에게 안타를 맞아 출루를 허용했지만 깔끔한 위기관리 능력으로 점수를 내주지 않았다. 삼진도 6개나 뽑아냈다.
캐나다도 쉽게 무너지진 않았다. 9회 선두 타자 스터비 클랩이 안타로 출루한 뒤 닉 웨글라즈의 안타로 1사 1, 3루를 만든 것. 이어 등장한 브렛 로리가 오른쪽 외야로 공을 높이 띄웠지만 ‘국민 우익수’ 이진영(SK)이 잡았고 3루 주자는 홈으로 뛰지 못해 동점 기회를 놓쳤다. 캐나다는 로걸스태드가 볼넷을 골라 2사 만루가 됐지만 대타 라이언 래드마노비치가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타석에서는 정근우가 원맨쇼를 했다. 정근우는 KIA에서 뛰었던 캐나다 선발 마이크 존슨을 상대로 3회 2사에서 솔로포를 터뜨렸다. 타격 뒤 천천히 1루로 걸어갔을 정도로 잘 맞은 타구였다. 13일 미국전에서 6-7로 뒤진 9회 대타로 나가 2루타로 출루한 뒤 홈까지 밟아 짜릿한 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했던 정근우는 이날 3번 타자로 선발 출장해 팀 안타 3개 가운데 2개를 때리는 등 맹활약했다.
이날 ‘국내용 투수’라는 오명을 시원하게 날려버린 류현진은 “3월에는 직구를 많이 맞아 오늘은 변화구 위주로 승부한 게 맞아떨어졌다”며 “꼭 결승에 올라가 1, 2위 싸움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오늘 현진이가 컨디션이 좋았다. 위기도 있었지만 책임질 거라 생각했다. 투수력을 최대한 아끼며 고비를 넘겼으니 일본전에서는 부담 없이 좋은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16일 오후 8시 숙적 일본과 만난다.
베이징=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