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m 세계신기록을 별일 아니라는 듯 수월하게 달성해버린 우사인 볼트. 경기 장면을 분석해보면 그의 주법(走法)은 위대한 단거리 스프린터들의 장점만을 혼합해 만든 듯한 새로운 방식이다.
다리를 빨리 움직이는 마이클 존슨의 쇼트 피치 주법과 보폭을 넓게 해 달리는 칼 루이스의 롱 스트라이드 주법이 볼트에 이르러 결합된 모양새다.
전설의 미국 남자 스프린터 마이클 존슨은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보폭을 빠르고 짧게 끊는 '스타카토 주법'(쇼트 피치 주법의 일종)으로 1990년대 중반 세계를 평정했다. 평균 보폭은 2.15m로 칼 루이스에 비하면 짧다.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200m에서 그가 달성한 19초32는 아직도 세계기록으로 남아 있다. 200m가 주 종목인 볼트는 19초67까지 기록을 줄여 존슨의 기록과 0.35초 차다.
반면 칼 루이스는 보폭이 평균 2.43m에 달하는 '롱 스트라이드 주법'으로 유명하다.
볼트는 스타트 블록을 출발한 지 딱 41번째 스트라이드 만에 결승선에 도달했다. 한 발자국 평균 2.43m로 칼 루이스의 보폭과 똑 같다. 보통 '롱 스트라이드 주법'을 쓰는 선수들은 다리 움직임이 느리기 마련인데 볼트는 보폭이 넓으면서도 움직임조차 빠르다.
전문가들은 △1960년대 독일 대표로 활약했었던 하리의 스타트와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9초79의 당시 세계신기록으로 1위로 골인했으나 약물복용 사실이 드러나 기록이 취소된 캐나다 벤 존슨의 피치 △올림픽 육상에서 9개의 금메달을 딴 미국의 칼 루이스의 스트라이드를 합하면 9초3~9초4의 기록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하리는 출발 반응 속도가 0.08초(현재 0.1초 이하면 파울)에 불과하고, 벤 존슨은 스타트부터 골인 지점까지 46걸음을 기계처럼 빠르게 움직이고, 칼 루이스는 보폭 넓기로 유명하다.
만약 볼트가 벤 존슨만큼의 순발력과 하리의 출발능력을 갖춘다면 9초4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 한국스프린터는 왜 10초벽도 깨지 못할까
세계기록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 전속력으로 질주하는데 한국남자 단거리 기록은 요지부동이다.
한국남자 100m 기록은 1979년 9월 멕시코시티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서말구가 세운 10초34. 그 이후로 26년 동안 이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아니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1979년 이후 그 해의 최고 기록을 살펴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1980년 성락군 10초50→1985년 장재근 10초35→1990년 진선국 10초46→1995년 진선국 10초50→2000년 김상도 10초52→2001년 신정기 10초53→2002년 김상도 10초51→2003년 강태석 10초48→ 2004년 강태석 10초55→2005년 전덕형 10초51→?….
85년 장재근이 10초35로 한국기록에 가장 근접했지만 그 이후론 10초 50을 경계로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는 실정이다. 10초50은 물론 수동시계로 잰 것이지만 1939년 경성고상에 재학 중이던 김유택이 맨 처음 세운 한국기록이다.
서말구의 10초34는 세계기록으로 치면 1930년대 수준. 1930년 8월9일 캐나다의 퍼시 윌리엄스는 10초3의 세계기록을 작성했다. 79년 당시 세계기록은 9초95. 그 이후 세계기록은 9초69까지 까마득히 앞서고 있다.
한국 선수들은 최고속도를 내는 50-60m 지점 이후 감속률이 무려 10%에 달한다. 감속률이 2~5%밖에 되지 않는 세계적 스프린터들과 골인 지점 종속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즉 자동차가 처음 1단기어로 출발한 뒤엔 가능한 한 빨리 5단기어로 피치를 올려야 한다. 그리고 계속 그 속도로 결승선까지 달려야 한다.
한국선수들은 50m 지점까진 5단기어로 가지만 그 후엔 급속히 속도가 떨어져 4단 기어나 3단기어로 가는 자동차가 되는 것이다.
한국 선수들은 달리는 자세도 에너지 낭비가 심하다. 몸의 밸런스가 맞지 않아 제풀에 제가 지친다. 어릴 때 기본자세를 확실히 배우지 못한 탓이다.
그럴만한 지도자가 없는 탓도 크다. 모든 선수는 자신의 몸에 맞는 고유의 폼이 있다. 선수와 지도자가 비디오분석 등을 통해 완성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선수들은 아직도 주먹구구식으로 달린다.
김화성 스포츠전문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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