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 올림픽의 국가별 메달 순위 방식은 금메달 기준과 총 메달 수 기준의 두 가지가 있다. 여기에 누리꾼들이 만든 또 하나의 재밌는 방식이 있다. ‘돌고래 국가’를 하나 더 집어넣은 것.
이 나라 국민은 마이클 펠프스(23·미국·사진) 한 명뿐이지만 돌고래국은 17일 현재 금메달 8개로 종합 8위로 올라섰다. 이 방식은 하나의 ‘유머’이긴 하지만 펠프스의 영향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펠프스가 17일 중국 베이징 국가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남자 혼계영 400m에서 미국팀의 3번째 접영 영자로 출전해 이번 대회 8번째 금메달을 따냈다.
펠프스는 전날인 16일 접영 100m 결승에서는 밀로르 카비치(세르비아)와 박빙의 승부 끝에 그보다 0.01초 앞선 50초58로 7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미국 수영의 전설 마크 스피츠가 1972년 작성한 단일 대회 최다인 7관왕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 그리고 하루 만에 스피츠를 뛰어넘어 ‘수영의 황제’가 됐다.
단거리 전문 선수인 펠프스는 9일 개인 혼영 400m 예선을 시작으로 이날 17일까지 9일간 17번의 레이스에 출전해 모두 3.1km를 헤엄쳤다. 몸에 쌓인 젖산을 불과 몇 분 만에 분해하는 그의 엄청난 회복력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 스포츠 역사의 위대한 선수로 남게 됐지만 어린 시절엔 ‘아무것에도 집중 못하는’ 천덕꾸러기였다. 그는 어린 시절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라는 진단을 받은 장애아였다.
그의 이상한 신체 구조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태어날 때 몸무게 4.3kg, 키 59cm의 초우량아였던 펠프스는 팔은 무릎까지 오는 데다 다리는 짧았고 귀는 유난히 컸다.
하지만 7세 때 누나들을 따라 시작한 수영에서 천재성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는 처음엔 물속에 얼굴을 넣는 게 싫어 배영부터 배웠다.
11세 때부터 그를 지도하고 있는 밥 바우만 코치는 첫 만남에서 펠프스가 언젠가 세계신기록을 세울 것이라고 그의 잠재력을 알아봤다.
키 193cm, 양팔 벌린 길이 203cm, 폐활량 8500cc 등 수영선수로 최적의 몸을 타고난 그가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는 지독한 훈련이 따랐다. 그의 돌핀 킥은 허리에 8kg짜리 납 벨트를 차고 부단히 노력한 결과였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