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기대가 어그러진 것은 바로 포스트 시즌 첫 경기인 애틀란타와의 디비젼 시리즈 1차전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과 정신적 성숙도가 높다고 하더라도 20세의 선수에게 첫 포스트 시즌 경기의 부담이 지나쳤는지 2.2이닝 동안 6실점을 하며 마운드를 내려가고 말았다. 문제는 그것이 아니라 폭투를 무려 5개나 범하며 극심한 컨트롤 난조를 보인 것이다. 백스톱을 맞힐 정도로 어이없이 빠졌으니 보기에 안쓰러울 정도였다. 그나마 타선의 도움으로 패전을 면하고 카디널스는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했다. 그런데 메츠와의 2차전의 선발 투수는 다시 앤키엘이었다. 이 경기에서 앤키엘은 1회도 버티지 못했다. 다시 폭투를 2개 범하며 3실점하고 내려간 것이다.
당시 일부 전문가들은 일생 일대의 기회인 포스트 시즌의 경기에 이미 심리적으로 무너진 앤키엘을 다시 기용했다며 라루사 감독을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라루사 감독은 향후 10년을 책임질 수 있는 젊은 투수에게 과감히 도박을 걸었다. 결과는 실패였고 철저히 컨트롤 난조에 빠진 ‘스티브 블래스 신드롬’을 극복하지 못했지만 이제 그는 타자로 우리에게 다시 돌아왔다.
모든 스포츠는 결과가 중요시 된다. 하지만 그 결과라는 것은 단기와 장기적인 안목의 결과로 나뉠 것이다. 우리에게도 이번 올림픽은 야구에 있어서 당장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귀한 기회이다. 단기적으로 당연히 메달 욕심이 나는 대회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 부진함을 보이고 있는 한기주는 향후 한국 야구를 대표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어린 투수이다. 지나치게 사지에 몰아넣고 나 몰라라 하는 식의 기용은 아니기에 그를 일본전에 재 기용한 김경문 감독의 용기를 높이 사고 싶고 아직 가능성이 무한한 한기주는 이번 경험을 시금석으로 꼭 미래에 한국 야구에 보답할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송 재 우 메이저리그 전문가
인생은 돌고 돌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제자리다.아무리 멀고 험난한 길을 돌아가더라도 평안함을 주는 무엇이 있다면 행복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