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잇따라 돌풍을 일으킨 수영선수 마이클 펠프스(23·미국)와 육상선수 우사인 볼트(21·자메이카)의 신체 특징을 한마디로 대비하자면 이렇다.
펠프스가 키(193cm)에 비해 다리가 짧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덕분에 그만큼 물 속에서 저항을 덜 받아 최대의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수영을 위해 만들어진 듯한 몸이다.
반면 볼트의 다리 길이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롱다리'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우선 그는 키가 196cm로 역대 트랙경기 선수 중 최장신이다. 보폭이 한 걸음당 평균 2.43m인 것도 '롱다리'라서 가능한 일.
5월 미국 뉴욕 대회에서 볼트에게 패한 타이슨 가이(26·미국)는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지와의 인터뷰에서 "볼트의 (키가 너무 커서) 무릎이 내 얼굴 옆을 스쳐지나가는 것 같았다"고 말했을 정도다.
원래 큰 키는 단거리 스프린터에겐 불리한 조건이다. 키가 너무 크면 다리를 빠르게 놀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볼트의 독주는 단거리 육상선수에 대한 그간의 과학적 통념을 깬 사건으로까지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 웹진 '슬레이트'는 17일 "볼트가 진짜 놀라운 이유는 그의 속도가 아니라 키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뉴튼의 제2법칙처럼 사람 몸이 내는 가속도는 힘에 비례하고 몸 크기에 반비례한다는 것이 상식이었는데, 이제 볼트 때문에 이 통념이 바뀔 때가 됐다는 것이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지에 따르면 볼트가 2004년 프로 선수가 되었을 때 그를 맡은 코치 글렌 밀즈는 보폭이 넓은 볼트에게 400m에 주력하라고 권고 했으나 볼트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밀즈 코치는 15일 '자메이카 글리너'지와의 인터뷰에서 "생체역학적으로 볼트의 신체구조는 단거리 선수로는 이상적이지 않다. 머리는 뒤로 다소 젖혀져 있고, 무게중심이 불안정했다"고 처음 만났을 때를 회고했다.
밀즈는 볼트의 코어 스트렝스(Core Strength)를 강화하기 위한 웨이트 트레이닝과 함께 주법 교정에 주력했다. 훈련 끝에 완성된 볼트의 길고 빠른 보폭의 비결에 대해 밀즈 코치는 "무릎을 아주 잘 들어올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볼트의 등장으로 앞으로 단거리 육상경기에도 키 큰 선수들이 늘어날까.
'슬레이트'는 그렇지 않을 거라고 전망한다. 키가 크고 힘도 센 선수들은 대체로 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종목으로 진출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육상선수들이 농구팀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아 달리기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메이카인들에게 육상은 프랑스인들에게 와인이나 마찬가지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지에 따르면 볼트도 미국 팀으로부터 여러 차례 입단 권유를 받았으나 "자메이카를 벗어나선 살 수없다"며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자메이카가 세계 단거리 육상을 평정한 이유 중 하나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