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시계를 12년 전으로 돌린 듯하다.
2008 베이징 올림픽 혼합복식에서 우승한 이용대(20)-이효정(27·이상 삼성전기) 조와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역시 같은 종목 금메달을 차지한 김동문(33)-길영아(38) 조 얘기다.
이들은 ‘연상녀 연하남 콤비’라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이용대와 이효정은 7세 차가 나며 김동문은 길영아보다 5세가 적다. 누나가 노련하게 후배를 이끌면 동생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게 공격을 주도했다.
삼성전기 코치인 길영아는 “선배라는 점에서 편하게 후배 남자를 리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용대 역시 효정이를 믿고 자기 플레이에 전념해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길영아는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우승 후보는 아니었다. 당시 관심은 박주봉(44)-나경민(32) 조에 쏠렸다.
하지만 나경민이 12세 연상의 대선배인 박주봉과 호흡을 맞추는 데 대한 부담감에 시달리다 준우승에 머물렀다. 나경민은 한 살 차인 김동문과 파트너가 된 2000 시드니 올림픽과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강력한 우승후보였지만 모두 노 메달에 그친 뒤 두 선수는 결혼에 골인했다.
한국 배드민턴 혼합복식에서 최상의 황금빛 조합은 ‘연상녀 연하남’이었던 셈.
이용대와 이효정은 우승 후 “4년 뒤 런던 올림픽에서도 함께하고 싶다”며 웃었다.
이들 네 명은 영호남 커플에 손발을 맞춘 지 1년 남짓의 짧은 기간에 정상에 섰다는 점도 똑같다. 이용대는 전남 화순군이, 김동문은 전북 익산시가 고향이며 이효정과 길영아는 부산에서 자랐다.
테니스에서는 ‘철녀’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52)가 열 살 아래의 남자 선수와 혼합복식에서 수년간 정상을 질주했다.
김병준(스포츠심리학) 인하대 교수는 “혼합복식에선 대개 남자가 주도하므로 부담이 커진다. 누님 같은 파트너는 심리적인 안정을 이끌어 경기력을 끌어 올린다”라고 분석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