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목동에 사는 이 모씨. 평소 스포츠에는 별 관심이 없던 서른살 여성. 하지만 이 씨가 이용대(20·삼성전기)를 발견한 후 상황은 달라졌다. 신문 한 귀퉁이에서도 빛을 발하던 이 꽃미남은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하는 배드민턴 선수였다. 이 씨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이용대의 프로필을 꿰찼고, 경기 시간만을 오매불망 기다렸다. 그리고 금빛 스매싱을 날린 이용대가 TV 카메라를 향해 윙크하던 순간, 인터넷 팬클럽 가입을 결심했다.
○물엔 박태환, 뭍엔 이용대
비단 이 씨만의 얘기는 아니다. ‘마린보이’ 박태환 열풍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용대 허리케인이 몰려오고 있다. 돌풍의 진원지는 단연 20대 ‘누나팬’과 30대 ‘아줌마팬’. 스무살 이용대의 훤칠한 키(180cm)와 송아지처럼 커다란 눈망울이 찬탄의 대상이다.
실력이 없었다면 묻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용대는 17일 혼합복식 결승에서 이효정과 함께 금메달을 따냈다. 강한 스매싱을 날리는 모습, 동료와 하이파이브하는 모습, 코트에 드러누워 기쁨을 만끽하는 모습 등 이용대의 일거수일투족이 여성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금메달 윙크’에 또 한번 들썩
가히 메가톤급이었다. 이용대의 금메달 세리머니 얘기다. 이용대는 우승 직후 카메라를 향해 한 쪽 눈을 찡긋해 보였다. 동시에 인터넷은 난리가 났다. “여자친구를 향한 사인이다”, “다분히 여성팬들을 의식한 행동이었다”와 같은 추측이 난무했다.
정작 이용대의 답변은 싱거웠다. “TV를 보고 계실 엄마에게 보낸 윙크였다”면서 “전화할 때마다 ‘사랑한다’고 말씀해주신 부모님이 우승 후 가장 보고 싶었다”고 했다. 덕분에 이용대는 ‘훈남’에 ‘효자’ 이미지까지 더해졌다. 네티즌들은 순식간에 “마음까지 금메달감”이라는 찬사로 방향을 전환했다.
○이승기 닮았다고? “나도 인정”
신세대다운 당당함과 유머감각도 인기에 불을 붙였다. ‘연예인 이승기와 닮았다’는 지적에 얼굴을 붉히는 대신 “정면보다 옆모습이 닮은 것 같다”고 단박에 인정했다. 한술 더 떠 “관리를 열심히 해서 잘 가꿔나가겠다”고 응수하기까지 했다.
후폭풍은 갈수록 거세진다. 이용대의 미니홈피에는 17일 하루에만 63만명의 네티즌이 방문했다. 서버는 다운됐고, 복구되는 데 한참 걸렸다. 방명록에는 “너무 귀엽다”, “뽀뽀해도 될까요” 등 여성팬들의 장난스런 인사가 가득하다. 이용대가 이상형으로 꼽은 배우 김하늘도 덩달아 인기검색어가 됐다.
하지만 이용대는 “내게는 운동이 더 중요하다. 4년 후 런던 올림픽에서도 (이)효정 누나와 2연패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그 때까지 인기를 유지하는 건 이용대의 몫이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김동석 기자 kimgiz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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