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납득하기 어려운 투수운용
김경문 감독은 18일 대만전 8-5로 쫓긴 5회말 1사 2·3루에서 한기주를 기용했다. 미국전에 이어 일본전에서도 마무리로 승리를 날려버릴 뻔 했던 그를 또다시 마운드에 올린 건 이해하기 힘들었다. 한기주는 6회말 추가점수를 내주며 결국 동점을 허용했다. 이번 대표팀의 계속된 극적(?)인 승부에 대해 ‘감독 김경문, 주연 한기주’라는 우스갯소리가 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전 9회말 연이은 대타 성공으로 역전승, 일본전 9회초 2사 후 대타 김현수의 적시타 등 김 감독은 시의적절한 대타 기용과 적절한 타순 변화에 의한 분위기 쇄신 등으로 박수를 받고 있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투수 기용은 그런 점에서 더 납득하기 힘든 구석이 있다.
○ 침묵하는 이승엽
워낙 상대팀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고, 무거운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지만 주포인 이승엽의 계속된 부진 역시 대표팀으로서는 큰 아쉬움이다. 이승엽은 미국전에서 1타점 2루타, 중국과의 서스펜디드 연장 11회 끝내기 안타 등을 기록했지만 아직까지 이름에 걸맞는 활약이라고 보기엔 훨씬 기대에 못 미친다. 이승엽에게 ‘언젠가 한 번 해 줄 것’이란 믿음을 갖고 있음에도 왠지 모르게 불안한 게 사실이다. 일본전에서 상대 투수와의 수 싸움에 밀려 3연속 삼진을 당한 건 그답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 깨진 집중력
대만전 9-8 승리는 기쁨보다 아쉬움이 더 많이 남았다. 특히 2회까지 8점을 뽑으며 일방적으로 끝낼 수 있는 게임에서 질질 끌려 다닌 건 집중력 부족 탓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진영(2회), 김현수(5회) 두 외야수가 볼을 뒤로 빠뜨리는 실책을 범한 것이 좋은 예다. 정근우는 중국과의 서스펜디드게임 9회말 1사 1루서 중전안타를 친 뒤 무리하게 2루까지 내달리다 횡사했다. 0-0 동점 상황이라 판단 미스는 더 뼈아팠다.
한국은 이미 준결승진출이 확정됐다. 예선전에서 전승을 한다고 해도 준결승에서 지고, 3-4위 결정전에서 패하면 메달을 따지 못하는 게 이번 대진이다. 예선은 결선으로 가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승리감에 도취되기에는 너무 이르다.
베이징=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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