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돛도 낯선 요트도 금빛 질주를 막지 못했다

  • 입력 2008년 8월 19일 08시 25분


남의 배 빌려탄 바레르-입센 천신만고 끝에 ‘금메달 공인’

경기 도중 남의 장비를 써서 이길 경우 어떻게 될까? 남의 요트를 타고 나가 문제가 됐던 덴마크 팀이 우승한 뒤 천신만고 끝에 금메달을 받았다.

덴마크의 요나스 바레르-마틴 입센 조는 17일 칭다오 올림픽 세일링센터에서 열린 49er급 메달레이스에서 7위로 부진했지만 앞선 레이스에서 벌어놓은 점수 덕에 2위 스페인 조에 3점을 앞서 1위로 대회를 마쳤다.

그러나 메달레이스 때 크로아티아 조의 배를 대신 타고 나온 것이 문제가 돼 최종 성적이 공인을 받지 못했다. 국제요트연맹(ISAF)은 17일 오후부터 회의를 열어 덴마크 조의 성적 인정 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였지만 새벽 1시까지 결론을 내지 못했고 18일 오후가 돼서야 결국 덴마크 조에 금메달을 주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덴마크 조는 17일 메달레이스 직전에 강풍에 돛이 부러지자 메달레이스 출전이 이미 좌절됐던 크로아티아 조의 배를 빌려 타고 레이스를 펼쳤다.

우여곡절 끝에 금메달을 받게 된 입센은 “마치 드라마 같은 일이다. 이 보다 더 재미있는 스릴러는 쓸 수 없을 것”이라고 기뻐했다.

이전 15번의 레이스까지 2위에 11점을 앞서 마지막 16번째 메달레이스에서는 7위만 하면 됐던 입센은 “처음에 돛이 부러졌을 때는 다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랴부랴 크로아티아 조의 배를 빌려 출발 4초 전에야 출발선상에 선 덴마크 팀은 강한 바람 속에 한 번도 타보지 않은 낯선 배를 몰고 가까스로 7위를 했고 그것도 모자라 하루를 더 기다려서야 금메달을 목에 걸게 됐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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