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야구팬들은 송승준(롯데)의 대표팀 발탁에 불만을 토로했다. 더 좋은 성적을 거뒀던 손민한(롯데)과 윤석민(KIA) 등을 밀어내고 그의 이름이 올라있었기 때문이다.
구위는 나쁘지 않지만 제구력이 불안해 안정감이 떨어지는데다 국제경기 경험이 부족해 대표팀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채 한 달이 되지 않은 8월 19일.
아무도 그의 선발에 이견을 달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번 엔트리에서 가장 돋보이는 발탁이었다는 반응이다.
아직 3경기를 남겨 놓고 있지만 '송승준의 재발견'은 대표팀이 올림픽을 통해 얻은 커다란 수확이 아닐 수 없다.
국제대회에서 박찬호를 이을 확실한 우완 파워피처 선발투수가 없었던 한국으로서는 송승준을 통해 오랜 갈증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프로생활의 대부분을 마이너리그에서 보낸 송승준은 이번 대회에서 2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성적은 1승 0패 7안타 3실점 12K 평균자책점 2.19.
예상외로 고전했던 중국전에서 6이닝을 실점 없이 막아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고, 19일(한국시간) 열린 경기에서는 세계 최강 쿠바를 상대로 승리투수가 되며 한국의 예선 1위를 이끌었다.
특히 쿠바전에서 보여준 위력적인 구위는 새로운 국제용 투수가 탄생했음을 알리기에 충분했다. 제구력이 흔들려 많은 볼넷을 내준 것이 흠이었지만, 날카로운 스플리터와 두둑한 배짱은 국제대회에서 더욱 위력을 떨쳤다.
쿠바전에 던질 선발투수가 없다던 김경문 감독의 고민은 송승준의 호투로 기우가 됐다.
두 차례 등판해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송승준은 마지막 경기에 다시 한 번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운명이 걸린 4강전에 모든 전력을 쏟아낼 전망이기 때문이다.
일단 류현진이 4강전에 선발 등판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으나, 이 경기가 접전으로 흘러갈 경우 다음경기 선발 예정인 김광현을 과감하게 투입할 수 있다.
두 선수가 한꺼번에 마운드에 오른다면 23일 열릴 마지막 경기는 송승준이나 봉중근이 책임져야 한다.
등판 여부가 불투명하고 메달색깔을 놓고 싸우는 경기가 될 예정이지만, 국제용투수로 거듭난 송승준이 뒤를 받치고 있어 마지막경기도 두렵지 않다.
베이징=임동훈 기자 arod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