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3인방 펄펄… ‘생애 최고의 순간’ 두판 남았다

  • 입력 2008년 8월 20일 02시 59분


“막을테면 막아봐”19일 중국 베이징 올림픽스포츠센터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핸드볼 8강전에서 한국의 문필희(가운데)가 2명의 중국 수비수를 뚫고 슛을 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막을테면 막아봐”
19일 중국 베이징 올림픽스포츠센터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핸드볼 8강전에서 한국의 문필희(가운데)가 2명의 중국 수비수를 뚫고 슛을 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36세 골키퍼 오영란, 중국팀 39개 소나기 슛 중 19개 막아내

홈팀 일방적 응원 속 압승… “준결 상대 노르웨이 이번엔 복수”

생애 마지막 무대라고 생각한 올림픽. ‘아줌마’들의 각오는 남달랐다.

“4년 전에는 눈물의 은메달을 땄지만 이번에는 기쁨의 금메달을 따고 싶습니다.” 여자 핸드볼 대표팀의 허순영(33)은 차분하지만 힘 있게 말했다.

오영란(36)은 “21개월 된 딸을 놔두고 와서 마음 아프지만 꼭 금메달을 따서 가겠습니다. 그래야 나중에 엄마가 이 금메달을 따기 위해 떨어져 있었다는 말을 전해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오성옥(36)은 “한판 승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준비를 많이 했습니다. 승리할 수 있습니다”라며 씩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들은 대표팀의 최고참 그룹이자 주부인 ‘아줌마 3인방’. 한국 대표팀을 이끌어가는 핵심 멤버들이다. 오성옥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부터 다섯 번째, 오영란과 허순영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때부터 네 번째 올림픽 출전이다. 누구보다 노련하지만 “여전히 긴장되고 떨린다”는 것이 이들의 심정이다.

이들은 체력 떨어진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독하게 훈련했고 자주 모여서 후배들보다 먼저 뛰자는 결의를 남몰래 다져왔다.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아깝게 은메달에 머물렀던 그들이 금메달을 향해 다시 한발 다가섰다.

한국은 1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08 베이징 올림픽 8강전에서 중국을 31-23으로 대파하고 4강에 진출했다.

한국은 스웨덴을 31-24로 꺾고 4강에 오른 북유럽의 강호 노르웨이와 21일 오후 7시 결승 진출권을 다툰다. 또 하나의 4강전은 헝가리-러시아의 대결.

오영란은 “노르웨이에 세계선수권대회 등에서 많이 졌다. 이번엔 복수해 주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중국을 맞아 허순영은 5득점, 오성옥은 3득점하며 후배들을 이끌었고 골키퍼 오영란은 39개의 슛 중 19개를 막아내 49%의 방어율을 보였다.

한국은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은 중국을 맞아 전반을 16-12로 앞선 채 끝냈다. 한국은 후반 들어 한때 18-16까지 추격을 허용했지만 문필희의 슛이 터지면서 다시 점수 차를 벌려 나가면서 승리했다.

이번 대표팀 15명 중 6명이 2004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했던 선수들이다. 감독도 그 당시의 임영철 감독 그대로다. 당시 결승전에서 덴마크와 2차 연장까지 가는 대접전 끝에도 우열을 가리지 못해 승부 던지기로 안타까운 은메달에 머물렀다. 이들의 이야기는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만들어졌다.

다시 한 번 올림픽 결승 진출을 눈앞에 둔 이들의 심정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역시 2004년 멤버인 문필희는 “유럽 선수들을 상대하기 위해 정말 많은 준비를 했다. 중국전 상승세를 이어가 꼭 결승전에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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