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m05.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26·러시아)가 18일 베이징올림픽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승에서 솟아오른 높이다. 개인 통산 24번째 세계신기록. 유유히 등장해 세계기록을 들어올렸던 장미란(역도)처럼 이신바예바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존재였다.
하지만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어 보이는 이신바예바에게도 남은 목표물이 있다. 이신바예바보다 먼저 ‘새’라는 호칭을 부여받았던 세르게이 부브카(45·우크라이나)다. 부브카는 남자 장대높이뛰기에서 35번의 세계기록을 경신한 ‘인간새’였다. 그가 남기고 은퇴한 6m14는 ‘불멸의 기록’으로 여겨진다.
이신바예바는 19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부브카와 비교도 안된다”고 치켜세우면서도 “나도 최선을 다해 앞으로 12번 더 세계기록을 깨겠다”고 선언했다. 남다른 야망이 있어서도 아니다. 그녀는 그저 “세계 기록이 없다면 인생이 무척 지루할 것 같다. 그래서 계속해서 깨나가고 싶다”고 했다.
애초에 이신바예바의 베이징 목표는 금메달이 아닌 세계기록이었다. 2005년 핀란드 헬싱키 세계선수권에서 ‘마의 5m’ 벽을 넘어선 뒤 잠시 주춤했던 3년의 시간이 그녀의 승부욕에 불을 붙였다.
결국 지난달엔 5m03와 5m04를 연이어 넘어섰다. “러시아의 엉덩이를 걷어차겠다”던 제니퍼 스터크진스키(미국)의 도발도 그녀를 자극했다. 이신바예바는 “스터크진스키가 나를 화나게 만들었다. 그 덕분에 누가 더 뛰어난 선수인지 증명하고 싶었다”고 했고, 4m80이라는 상대의 성적을 본 후에는 “이제 자신의 위치를 알았을 것”이라고 코웃음을 쳤다.
이신바예바는 2013년 고국 러시아에서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릴 때까지 선수생활을 계속할 작정이다.이신바예바는 ‘어디까지 뛸 수 있겠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오직 하늘만이 나의 한계다.”
배영은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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