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번개’ 우사인 볼트(22·자메이카)가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100m와 200m에서 동시에 세계기록을 세웠다. 세계선수권에서도 이런 일은 없었다.
트랙의 볼트는 필드의 ‘미녀 새’ 옐레나 이신바예바(26·러시아)와 같았다. 처음부터 금메달은 그의 몫이었다. 팬들의 관심은 세계기록 달성 여부에 쏠렸다.
볼트는 20일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 국가체육장에서 열린 육상 남자 200m 결선에서 19초30으로 우승했다. 이전까지 200m 세계기록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마이클 존슨(미국)이 세운 19초32였다. 이 기록은 12년째 비슷한 기록마저 나오지 않고 있어 ‘불멸의 기록’으로 불렸다.
이와 함께 볼트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의 칼 루이스에 이어 올림픽 역사상 ‘스프린트 더블’을 달성한 아홉 번째 선수가 됐다.
지난 주말 100m 결승에서 세계신기록(9초69)을 세운 볼트의 원래 주 종목은 200m였다. 올해 아테네 그랑프리에서 역대 5위이자 시즌 최고인 19초67로 우승했던 볼트는 자신의 최고기록도 0.37초나 앞당겼다. 웬만한 선수는 꿈도 못 꿀 페이스다.
볼트는 예선부터 준결선까지 20초64, 20초29, 20초09를 찍으며 스피드를 올렸다. 준결선에서는 막판 30m를 남기고 전광판에 나오는 자신의 레이스를 감상하면서도 전체 1위였다.
볼트는 결선에서도 여유가 넘쳤다. 자신을 소개하는 순간에 양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신감을 뽐냈다. 경쟁자는 없었다.
하지만 이미 세계기록을 갖고 있는 100m와는 달리 볼트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100m에서는 막판에 세리머니를 하며 러닝 피니시(달리던 자세 그대로 결승선을 통과)를 했지만 200m에서는 런지 피니시(가슴을 숙이며 통과하는 것)를 했다. 그리고 초속 0.9m의 맞바람 속에서도 12년간 깨지지 않은 세계기록을 0.02초 앞당겼다. 한동안 트랙에 누워있던 볼트는 100m에서 그랬던 것처럼 신발을 벗고 국기를 몸에 둘렀다. 그러고는 카메라를 향해 “아임 넘버 원”을 외쳤다.
출발 반응 속도가 0.182초로 출전 선수 8명 가운데 5위에 그쳤던 볼트는 50m도 안 돼 평균 2.4m가 넘는 엄청난 보폭을 앞세워 선두로 치고 나갔다. 2위와는 0.52초나 차이 났다.
이제는 ‘괴물 번개’라 불러야 할 볼트는 22일 밤 400m 계주에서 3관왕에 도전한다. 역대 올림픽 100m, 200m, 400m 계주에서 모두 금메달을 딴 선수는 제시 오언스(1936년 베를린), 바비 모로(1956년 멜버른), 칼 루이스(1984년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인 3명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