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소자 출신 복서의 인생 스토리가 베이징에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고 있다. 주인공은 라이트플라이급 태국 대표로 출전한 암낫 루엔로엥. 그는 19일 8강전에서 몽고의 세르담바 푸에도리에게 5-2로 져 메달을 획득하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그는 경기에 지고서도 누구보다 행복한 얼굴을 했다.
모국을 대표해 올림픽에 출전한 사실 자체가 그에게는 감격스럽기 때문이다. 경기가 끝난 뒤 “여기까지 온 것도 기대 이상이다. 태국에 있는 재소자들은 슬퍼하겠지만 말이다”고 그는 말했다.
루엔로엥은 2년 전까지만 해도 감옥에 있었다. 태국을 대표해 올림픽 같은 국제 대회에 나오는 일은 상상도 못한 일이다. 그는 15살 때까지 심지어 태국인으로 인정조차 받지 못했다.
태국 촌부리 출신의 그는 태어나자마자 병원에서 어머니의 버림을 받았고, 한 부부에 의해 키워졌다. 아프리카인처럼 생겼기 때문에 정부는 그를 태국 사람으로 등록하기를 거부했고, 그 결과 학교에도 갈 수 없었다.
15살이 되어서야 나타난 어머니가 자신의 아들이라고 확인해줘서야 신분증을 겨우 발급받았다. 학교에 갈 수 없었던 그는 먹고 살기 위해 집 근처의 조그만 캠프에서 무에타이를 했다. 여기서 재능을 보였고, 곧 태국에서 가장 큰 무에타이 캠프 중 하나인 소르 플로엔치트에 스카우트 됐다.
뛰어난 재능과는 달리 고집스럽게도 다른 사람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던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돈을 벌기 위해 캠프를 떠난다.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무에타이를 하기 위해 포르 부라파 캠프에 들어간 그는 발사엔 포르 부라파라는 이름으로 싸우면서 플라이급 챔피언이 된다.
그러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는 마약을 하기 시작했고, 결국 캠프에서 쫓겨난다. 2005년에는 무일푼이 됐고, 강도를 한 뒤 감옥에 갇힌다.
그는 인터뷰에서 “감옥에는 적어도 먹을 것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감옥은 그에게 새로운 인생을 가져다준다. 감옥에서 무에타이가 아닌 복싱을 배우게 된 그는 2007년 교도소를 대표해 내셔널 챔피언십에 나가 1등을 한다. 여기서 태국 아마추어 복싱 협회 회장의 눈에 띄어 출감 후 킹스컵 대회에 나가고, 첫 출전한 국제 대회 4강에서 플라이급 최고 선수 중 한 명인 중국의 조우 쉬밍을 이겨 스타로 급부상한다. 시카고에서 열린 2007 월드 챔피언십에서 4강에 진출해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나의 삶은 제로에서 시작했다. 국가의 부름을 받은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올림픽까지 출전하게 됐다”고 그는 당시 감격을 표현했다.
단 한번만 더 이겼으면 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던 암낫 루엔로엥. 역경을 딛고 일어선 그의 스토리를 전해들은 사람들에게 8강전의 결과는 마냥 아쉽게만 느껴진다.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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