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의 고위 관계자는 20일 “9월10일 열릴 남북전 개최 장소가 상하이로 사실상 정해졌다. 그러나 경기장이 홍커우 스타디움이 될지, 아니면 종합 경기장이 될 지는 아직 논의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상하이 축구협회도 ‘남북전 개최’ 사실을 인정했고, 국제축구연맹(FIFA)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남북전 대결 장소를 상하이로 명시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 축구 조직위원장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중인 정몽준 축구협회장 겸 FIFA 부회장도 대회 개막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남북 평양 경기가 무산될 것 같다”며 3국 개최 전망을 밝힌 바 있다.
남북은 당초 평양 시내 유일의 천연 잔디구장인 3만 명 수용 규모의 양각도 스타디움에서 최종예선 첫 경기를 벌일 것으로 전망됐지만 최근 양 국의 관계가 급격히 냉각, ‘제3국 개최안’이 재거론됐고, 결국 상하이에서 또 한 번 경기를 치르게 됐다.
최종예선 진출권을 놓고 3차 예선에서도 만났던 남북은 올해 처음 겨룬 3월26일에도 평양 경기를 치를 계획이었지만 북측이 애국가 연주와 태극기 게양을 평양에서 할 수 없다고 고집하는 바람에 중국 상하이로 개최 장소를 옮겨야 했다. 당시 홍커우 스타디움에서 격돌한 양 국은 득점없이 무승부로 마쳤다.
이번에도 북한은 지난 3월 경기 때와 마찬가지로 정치적 사안으로 인해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에는 한국인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이 일어나면서 양 국이 외교적 마찰을 빚었다.
그러나 어떠한 이유를 떠나 경기 장소가 상하이로 확정되자 축구협회도 비교적 안도하는 분위기이다. 북한이 자신들에 우호적인 지역으로 생각해온 선양을 피한데다 우리 대표팀에게도 한 번 경기를 치러본 상하이가 익숙하기 때문이다. 대표팀으로선 현지 분위기와 필드 상태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원정 경기에 대한 부담감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 상하이가 현지 교민들과 대규모 원정단이 쉽게 찾을 수 있는 대도시인 까닭에 관중의 함성과 환호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경기장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축구협회는 정확한 장소와 일정이 확정 되는대로 직원과 일부 코칭스태프를 파견해 미리 점검할 계획이다. 대표팀은 앞서 9월 5일 요르단과 A매치를 치른 뒤 중국 상하이로 이동할 예정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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