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두차례 답사 철저한 준비… 컨디션도 최고
기록상 금메달은 어렵다. 하지만 마라톤이 실력만으로 되는 것인가.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마라톤에선 늘 예기치 못한 변수가 순위를 좌우해왔다. 24일 열리는 2008 베이징 올림픽 남자 마라톤에서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38·삼성전자)가 금메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이유다.
최근의 객관적인 기록상으론 이봉주는 순위권 밖이다. 지난해 2007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78회 동아마라톤에서 2시간8분04초로 우승한 게 최근 최고기록.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인 케냐의 마틴 렐(2시간5분15초)과 사무엘 완지루(2시간5분24초), 로버트 체루이요트(2시간7분14초), 그리고 에티오피아의 위도파 체가에 케베데(2시간6분40초), 델리바 멀가(2시간6분38초) 등엔 턱없이 부족한 기록이다.
최근 세계 마라톤계에서는 지난해 베를린 마라톤에서 세계 최고기록(2시간4분26초)을 세운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35·에티오피아) 등 30세 중반의 노장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다.
스포츠과학자들도 “순발력과 체력은 20대에 전성기지만 심폐지구력은 30대와 40대에도 전성기를 맞을 수 있다”며 마라톤에서는 노장들이 이길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 점에서 풀코스에 40번 도전, 38번 완주해 ‘에이지 슈트(나이만큼 달린 것)’를 기록한 한국의 이봉주는 우승후보로 꼽히는 데 손색이 없다. 특히 이봉주는 1996 애틀랜타 올림픽 때 조시아 투과네(남아프리카공화국)에 단 3초 차 뒤진 2위를 기록한 뒤 4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하는 유일한 선수로 올림픽 경험에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이봉주도 “마라톤은 경험이 중요하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오인환 삼성전자 감독은 “베이징의 날씨가 생각보다 덥지 않아 더위가 전혀 변수로 작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 중반까지 선두권을 유지하되 30km 이후 지점부터 스퍼트를 낼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봉주는 지난해와 올 4월 톈안먼 광장을 출발해 주경기장인 국가체육장을 들어오는 42.195km 풀코스를 두 차례 답사하는 등 준비도 철저하게 했다. 이봉주는 중국 다롄에서 최종 마무리 훈련을 마치고 21일 베이징에 입성했다.
한편 김이용(35·대우자동차판매)과 이명승(29·삼성전자)도 함께 출전한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