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정(22·경희대)은 화끈한 성격 덕분에 인기가 좋다. 경희대 후배 현미진(19)은 “언니만 따라다니면 맛있는 게 나온다”면서 “금메달 따면 한 턱 크게 낸다고 했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노은실(19)은 “쉬는 시간에는 후배들과 축구를 즐긴다”고 했다.
매트에 들어서면 피는 더 끓는다. 경쟁자들에 비해 작은 신장(169cm)을 만회하기 위해 인파이터형으로 나선다. 대표팀 김봉근(경희대감독) 코치는 “(임)수정이는 1점을 따고 방어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라면서 “회축과 뒤차기 등 큰 기술로 화끈한 경기를 펼친다”고 했다.
경기장 안이건 밖이건 임수정을 막을 수는 없다. 14일, 베이징에 입성한 대표팀은 선수촌에 짐을 풀었다. 화장실에 들어간 임수정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손을 씻고 나오는 순간 문이 고장 나 잠겨버렸다. 손잡이를 아무리 돌려도 열리지 않았다. 잠시 망설임의 시간.
“쿵쾅.” 짧은 굉음이 들렸다. 임수정은 유유히 문을 나서고 있었다. 옆에는 부서진 문짝이 나뒹굴었다. 아버지 임경환씨는 “어쨌든 난관을 뚫고 나왔으니 좋은 징조”라며 웃었다.
임수정의 유일한 단점은 급한 성격. 빨리 경기를 끝내려다 역습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특히 국제대회 첫 경기에 역전패가 많았다.
사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임수정의 대진운은 좋지 않았다. 1회전 상대는 2005세계선수권 준우승자이며 2008아시아선수권 우승자인 수리웬(대만). 하지만 고장난 문에게 1회전 KO승을 거둔 임수정은 이미 징크스를 날린 상황이었다.
결국 최대난적 수리웬을 1-0으로 제압했고, 이후 물오른 발차기로 세계정상에 섰다.
베이징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